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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Oct 07. 2023

인생의 정답은 없다

입사동기가 상사로 왔다

사 동기중 한 명이 나보다 먼저 승진을 해서 나의 상사로 왔다. 그와 나는 친하기보다는 앙숙에 가깝다. 만나면 늘 티격태격한다. 그는 늘 잘난 체하며 나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그런 그에게 대꾸를 해서 그의 그 잘난 체함을 망가뜨리느라 힘들어했다.


그와 나의 첫 인연은 입사 시험장에서 부터이다. 입사시험을 치는 쉬는 시간마다 내 뒤에서 그 문제 답을 뭐라고 했는지, 시험이 어렵다 쉽다는 둥 처음 만났는데도 아는 체를 했다. 면접장에서도 잘난 체하는 건 같았다. 그렇게 둘 다 합격해서 한강 이남에는 입사 동기가 저와 나뿐인 것처럼 친한 척했다. 그의 나서는 성격으로 그가 주선을 해 동기회를 만들고 동기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동기들의 우정은 쌓여갔다. 그래도 그와 나는 성격적으로 맞지 않았다. 한 강 이남에는 동기가 그와 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잘 맞는 다른 도시에 사는 동기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지만 같은 도시에 사는 그 동기와는 늘 티격태격하며 지냈다. 결국 그로 인해 동기회는 어느 때부터 해체하게 됐다.


그러던 중 동기는 붙임성이 좋아 그런 그를 좋아하는 선배들을 따라 본부부서에 가서 인정을 받고 승승장구했다. 그곳에서 그는 나에게 하는 잘 난 체는 더욱 심했다. 그는 늘 내성적이고 조용한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나도 가만히 있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는 늘 활력이 넘쳤고 나는 활력이 부족했다.


그런 그가 은행합병 후 특별승진제도에 신청해서 인정받아 내가 근무하는 지점에 차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다른 동료직원들과 부하직원들은 우리 둘이 맨날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았지만 내 편이라기보다는 상사인 그의 편이 더 많았다. 그의 적극적인 성향은 인정하였지만 이중인격적인 그의 언행에는 늘 불만스럽고 불편했다. 다르게 보면 그는 직장생활을 슬기롭게 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득이 되는 사람이나 일에는 자기가 한 것처럼 하고, 불리하면 나 같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런 성향임을 나는 이미 첫날부터 알고 있었다. 자주 싸웠다. 이유는 내가 그런 그를 인정하지 못하고 내 마음을 숨기지 못함 탓이다. 우리 둘의 상사인 점장은 그런 우리를 알고 나를 출장소로 발령을 냈다.


그런 내게 그 동기가 내게 한 말이 있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너의 인사고과를 최고점을 주었으니 내 마음을 알아 달라."

그 후 1-2년 후 나도 승진을 한 것으로 보아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고 본다.

그가 했던 말 중에 이런 말도 생각난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잘하는 건 힘들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 4-5명만 있어도 나는 잘 사는 것이다"

그때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그 말이 공감이 갔다. 그는 세상을 지혜롭게 잘 살아가는데 나는 내 마음 따라 젊은 세상을 살았던 것 같다.


내 주변에 그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내가 아는 것처럼 그를 평가했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자기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더 부드럽게 대해주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나의 태도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도 나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런 성향의 많은 사람들에게 밟혀 도태되지 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당하게 잘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동기도 내가 저보다 잘하는 것들에 대한 열등감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는 것도 그즈음에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도 나처럼 세상이 힘들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와 나는 전혀 만남이 없다. 그렇지만 그도 나처럼 생각하며 남은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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