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배우다

배우는 법을 배우기

by 반스

사회 초년생 때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나머지 직장생활동안 써먹던 시대가 저물었다. 성인의 배움은 태도와 같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리더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 경력이 오래된 리더라고 하더라도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리더가 가진 배움의 자세에 따라 변화에 대응하는 폭이 달라진다. 그것에 따라 조직의 5년 후, 10년 후가 달라진다. 배움은 삶을 대하는 태도이다.


배우는 법을 배우다

“아... 그 부분은 안 배웠는데요.”

승진 평가를 할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우리 회사는 1년에 3번 승진철이 있다. 4개월간 교육과 평가를 통해 다음 직급으로 올라가는 체계인데 지금이 그 시기이다. 승진을 위해 배워야 하는 여러 직무 중에 사정이나 환경에 의해 배우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많은 경우 시간이 부족해서 이긴 하지만 직원의 배움에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이들은 배움이 트레이너가 "자 지금부터 거래처 컨택하는 법을 알려 줄게요"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을 하다 보면 판을 깔아 놓고 트레이닝을 해야만 배우는 게 아니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도 있고 결과물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다. 또 반면교사라는 말처럼 잘못된 사례를 통해 배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배운 것을 혼자 끙끙대면서 하다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의 태도에 의해 배움의 폭과 깊이는 크게 달라진다. 배움에도 주체성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15년 전에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디딘 이후 많은 직원들을 거치면서 기억에 남는 직원이 몇 명 있다. 그중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했던 어린 친구가 있었다. 같이 일할 때는 존재감 없이 짧은 기간만 근무하였다. 그 직원이 전공인 패션디자인을 살려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된 이후 텔레비전 인터뷰를 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인터뷰 중간 잠시 일했던 우리 회사를 언급하길래 화들짝 놀라며 집중했다. 00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배웠다는 말을 하는데 그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경우 고작해야 방학 동안 2~3 개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어느 업장이나 그러하듯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아르바이트생은 많은 트레이닝을 하지 않는다. 단순 반복 작업 같은 허드렛일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랬는데 그 기간 동안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것을 많이 배웠다고 하니 참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일의 스킬보다는 패션회사가 풍기는 분위기, 일을 대하는 태도, 좋은 의미 든 나쁜 의미 든 회사에서 사람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같은 것들이었을 것이다. ‘배웠다’는 그의 말에 당시의 나를 돌아보면서 나 또한 배움이 생겼다.

‘아… 될 사람들은 어디서든 어떤 사람에게 서나 배우는구나'


리더는 '배우'다

직원들 앞에서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해야 하는 의미도 있지만 리더는 누구보다도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리더가 가진 큰 자산은 경험이다. 하지만 시장과 고객의 니즈는 변한다. 거기에 대응해야 하는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경험이라는 자산이 지난 시대의 경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경험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더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리더는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얼마 전에 거래처와 미팅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 업무 외주화를 위해 견적을 부탁하고 디테일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계약의 성사가 결정될 수도 있는 자리여서 그날은 거래처의 팀장도 같이 미팅에 들어왔다. 회의 중간 계약의 주요 내용이 오가는 상황인데도 이 팀장이라는 사람이 무엇도 적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의 들어올 때부터 빈손이었다. 처음부터 무언가를 적거나 디테일을 확인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여럿이 식당에 가서 메뉴 주문을 하는데 직원이 메뉴를 받아 적어가지 않고 말로만 확인할 때의 그 불안감이 들었다. 이 회의의 내용이 잘못 처리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말이다. 회의 들어갈 때 빈손으로 들어가는 리더, 면담할 때 빈손으로 가는 리더, 기록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리더라면 끊임없이 새로움에 나를 노출하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기꺼이 다가가서 대화해야 한다. 중간 계층을 두고 한발 빠져서 뒤에서 훈수 두는 리더는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고 거기서 생기는 생각의 실마리를 놓지 않고 자기화하는 과정이 배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배우기 위해 기록해야 한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휘발된다. 시간이 지나 사라져 버릴 생각의 조각들을 적고 정리하는 작업은 리더에게 필수다. 리더에게 메모 쓰기, 글쓰기 교육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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