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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르 왕자 Jun 15. 2023

수학과는 예술대학과 함께 살도록 해주세요!

수학의 본질적 이로움은  방정식과 공식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개념이다.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의 지형도를 보면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은 도시에 살고 있고 또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시장을 중심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에 종사하면서 살아간다-내가 말하고자 하는 물건은 음식도 포함된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도시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의식주와 관련한 생산을 담당해야 하므로 농촌이나 어촌, 도시의 외곽지역인 전원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아무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소비하는 일과 관계된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영화나 뉴스, 오디오 및 비디오 콘텐츠도 우리가 꼭 소비하는 물품이니까 이런 것도 포함하자. 그런데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일부러 높은 산을 찾아 등반하고, 일부러 깊은 바다를 탐험하는 언뜻 보면 어떤 생산적 기여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 물론 이들 중에도 자산이 없는 이들은 누군가의 후원 없이는 이런 활동이 불가능하고 그들이 쓰는 장비를 대여해 준 사람들에게 광고효과를 제공해 주는 기여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직접적 생산과 관련된 활동이라 간주하지 않기로 하자.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오지 탐험 같은 이들을 즐기는 이들은 경제학을 성립시킨 케인즈와 같은 이들에게는 설명하기 곤란한 예들에 해당할 것이다- 경제학자는 인간을 경제적 동물로 정의하며 주류 경제학에서 모든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활동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벌이는 사서 고생하는 행위들이 어떤 대가를 받기로 약속하고 하는 행동들이 아니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것을 엄밀하게 검증하기란 좀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활동의 진정한 이유를 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언급했던 등반가 라인홀트 매스너에게 신문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낭가파르트 설산을 오르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가 있는 건가요?" 똑같은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묻는 것이 가능하다. "당신이 그 어려운 칼라비-야우 문제 (Calabi-Yau problem)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물론 이문제에는 엄청난 상금이 걸려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상금을 노린다고 하면 그냥 이 정도 능력이 되는 사람은 좋은 회사-구글, 아마존, 마이크로 소프트-에 취직해서 회사에서 풀어달라고 하는 문제들을 풀면 이 정도 돈은 어렵지 않게 벌 수 있으니 상금을 노리고 문제를 푸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작고한  덴마크의 수학자인  거트 페더슨(Gert Pedersen)은 그가 지은 책의 서문에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높은 산 봉우리의 바람은 매우 차다. 이 바람을 이겨낼 용기를 가진 자는 도전해 보라." 즉 도전(challenge)은 분명 우리 삶에 중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단어이고 등반가 라인홀트 매스너에게는 삶의 의미나 마찬가지인 단어이지 않을까? 반면 나와 같은 평범한 수학자들은 일상을 살면서 어떤 작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발견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에게도 그들의 창작활동을 설명하는 이유가 아닐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 편에서 유홍준교수는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려고 비행기티켓이라도  살 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으로 개인 전시전을 열지만 참담한 실패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누구나 그 값을 높게 주고서라도 구하려고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대부분 전쟁 중 피난길에 친우들의 집에 머물면서 아이들과 가족들을 그려낸 작품들이며 이는 그리움의 마음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그의 예를 보건대 일상적 예술활동이 일어나는 근본적 이유는 어느 순간에 예술가가 얻은 작품의 모티브이며 세상을 사유하면서 느끼는 작가적 감수성이 아닐까? 이런 면에서 수학자와 예술가는 삶의 전반적 시나리오를 공유하며 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저명한 수학자인 버클리 대학의 에드 프렝켈(Ed. Frenkel)은 대중강연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하였다. "Mathematics is not about formula, but about ideas and notions." 또한 우리나라 수학계의 거목이기도 한 서울대 명예교수 박세희교수는 그의 저서 제목을 '수학의 세계'라고 하였는데 이는 수학이 창조해 낸  원더월드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면서 우리에게 앨리스처럼 탐험을 해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듯하다. 수학이나 예술모두 위대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쫓지 않을 수 없으며 이들의 탁월함을 이해하지 않고서 무언가를 성취하기란 요원하다는 점에서 비슷하고 또한 이들의 아우라를 현실적으로 재현하는 작은 일들 혹은 이들의 아우라에 반기를 들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혁명적 일들을 통해 그 세계가 풍부해지고 넓어지는 것 또한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수학과를 어떻게든 다른 단과대의 모 학과와  통합시키려는 총장님과 교무처장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차라리 예술대학에 보내주세요." 그러나 문제는 예술의 위기가 곧 수학의 위기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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