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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마르 왕자 Jun 19. 2024

지방대 블루스 3

고사목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된 구상나무는 전나무과에 속하는 식물이지만 빙하기 시절에 남하한 본래의 종과 떨어지게 되어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품종이 된 나무이다. 이 나무는 해발고도를 따라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표온도가 올라가면서 이를 피해 온도가 더 낮은 높은 고도로 이들이 올라가기 때문인데 고사목들은 이런 이동의 흔적이다. 그렇지만 한라산은 1950m 높이의 산이고 나무들도 이제 백록담 근처까지 올라가서 이제 더는 올라갈 데가 없으므로 곧 멸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나무의 씨앗을 가져가서 멋지게 키운 나무들을 가지고 한  미국인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떼돈을 벌고 있는 이야기는 덤이다(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 편을 참고).


어느 지방에 있는 oo대학의 운명도 구상나무의 처량한 신세와 비교해서 나을 것은 없어 보인다. 지구온난화(혹자는 기후변화라고 한다!)로 인한 소멸의 위험에 처한 구상나무처럼 인구감소로 인한 소멸의 위험에 처한 대학들의 생존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첨예하고도 긴급한 이슈이기에 정부는 지역대학의 정원을 균등하게 줄여서 지역대학들을 모두 살리는 정책을 포기하고  Glocal 사업을 통해 수도권대학과 경쟁할 자격이 있는 30여 개의 대학만을 선택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해 10개 대학을 선발하면서 이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작년에 선정된 대학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대학은 단연코 포스텍(POSTECH)이다. 포항제철이란 굴지의 기업이 뒷배경으로 있는 대학이자 SKY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연구력을 보유한 대학이 왜  GLOCAL사업에 참여했을까? 이는 학령인구 급감이란 거센 쓰나미가 포스텍이란 거인조차도 두려움에 떨 만큼 위협적이란 뜻이 아닐까?  포스텍이 Glocal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띄우는 이 자체로도 학생수급과 교수수급에 있어 수도권과 경쟁하기를 포기하고 지역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물을 공급받아 술을 생산하는 회사가 수질 오염의 원인을 제공한 공장들을 욕하기보다는 외국에서 깨끗한 수질의 물을 가져다 파는 일을 하는 것과 같은 행태를 지금의 대학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의대쏠림, 수도권대학 쏠림, 특정학과 쏠림등 오늘날 한국사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교육적 문제들을 안고 있는 지역대학들은 이러한 병폐의 원인에 대하여 고민할 틈이 없다. 오히려 의대쏠림현상에 편승하여 의대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특정학과 쏠림에 편승하여 특정학과로 정원을 몰아주며 수도권대학 쏠림에 편승하여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려 한다. 마치 물을 공급받아 술을 생산하는 회사가 오염의 원인을 제공한 공장들을 욕하기보다는 외국에서 깨끗한 수질의 물을 가져다 파는 일을 하는 것과 같은 행태를 지금의 대학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존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기초학문을 하는 것은 또 어떠한가? 기초과학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는 리더가 과학  R&D 예산을 삭감하는가 하면 의대정원 늘이기 같은 일들을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밀어붙이며 이익집단 깨부수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기초과학을 하는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역대학에서 기초과학을 전공하려 하는 입학생들의 입학성적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수시에서 미달사태가 반복되는 동안 수많은 기초과학 학과들이 사라졌다.  


그러므로 전직 검사, 판사, 기자, 회계사, 고위공무원들로 구성된 당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과학예산쯤이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고

사실 지역대학에 근무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재미를 붙이기가 어려운 대다수의 교수들은 그동안 풀뿌리 기초연구비의 활성화기조에 힘입어  신진, 기본, 중견이라고 이름 붙은 생애주기별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는 작은 만족감과 석박사과정의 학생들을 배출하는 보람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이제 연구비 삭감이라는 사태를 맞이하여 750 과제가 날아간 덕분에 750명의 교수들과 그 밑에 소속된 많은 학생들은 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극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떤 이에게는 생계가 달린 이런 예산삭감이 이 정부하에서는 아무런 사전협의나 양해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수부족으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늘 그래왔듯 과학예산은 일괄삭감된 것임을 경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미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직 검사, 판사, 기자, 회계사, 고위공무원들로 구성된 당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과학예산쯤이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시스템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AI 같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엄청난 투자를 하는 기술기업들의 출연과 같은 일들일 것이다(물론 이것도 결국 이러한 회사들의 회사가치가 높아지면 주식가치가 올라가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되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것일 거라고 판단된다).


언젠가 보았던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에서 배가 고파 애처롭게 울던 북극곰의 절망적 몸부림을 생각하면 우리는 변화하는 이 시기에 무언가 단단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령인구의 절대적 감소가 예고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다. 이제 지역대학들은 정말로 기초과학을 살리기 위하여 각 대학끼리의 무의미한 경쟁을 멈추고 기초과학 테두리내에서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을 소속 대학, 특정 학과에만 묶어두는 오래된 관습을 벗어던지고 기초과학을 배우려 하는 모든 학생들을 개방적 교육 플랫폼에서 함께 교육시키는 체제를 구축해야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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