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40대 문턱을 넘은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50대를 여는 문 앞에 서 있다.
친구들과 ‘우리 나이에 건강검진을 하고나서 이상소견이 없다면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이다’라고 우스갯소리는 하지만, 매해 검진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노란불이 뜰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작년에는 혈압이 높다고 나왔다. 전조 증상은 있었다. 전단계와 정상을 왔다갔다하더니, 기어코 140을 찍어버렸다. 주변에 고혈압인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을 봤기에 조금 겁이 났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짠 걸 먹으면 안되고, 술도 줄여야 하고(다행히 담배는 피지 않았다),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라는 의사들의 코멘트가 보였다.
짠 걸 먹지 말라...... 단짠단짠에서 단은 포기할 수 있어도 짠은 포기할 수 없었다.
평소에 국에 소금을 눈꽃치즈처럼 뿌려먹거나 반찬중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먹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를 먹을 때는 초장을 푹 찍어서, 입맛이 없을 때는 오징어 젓갈을 따뜻한 흰 밥 위에 올려 먹어야했다. 그러므로 짠 맛을 포기하는 것은 패스.
술을 줄여라...... 아니, 샤워를 하고 나서 캔맥주 먹는 재미를 어떻게 포기한단 말인가. 캔뚜껑을 따면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탄산의 손톱이 목구멍을 쫙쫙 긁으며 내려가는 그 쾌감을 어떻게 버리겠는가. 또 야심한 밤에 얼음 가득 채운 글라스에 와일드터키를 삼분의 일 따라놓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재미를 어떻게 포기한단 말인가. 이것도 패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라...... 직장인이 어떻게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단 말인가. 내 의지대로 내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건 프리랜서......라고 한창 스스로에게 속으로 변명을 늘어놓을 무렵 내 마음속(아니 어쩌면 심장이나 혈관이 외쳤는지도 모른다)에서 닥치고 운동이라도 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거라도 하자.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물론 월수금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매일 한시간씩 하겠다......와 같이 규칙적으로 하지는 못하고 적어도 주 3회는 운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헬스장을 등록했다. 나만 힘들 순 없기에 아내와 조카까지 꼬셔서 같이 다니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운동을 하려니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일단 걷기에서 달리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트레드밀에 올라탔다. 의욕이 넘쳤다. 내 머릿속 계획은 속도를 6으로 맞추고 5분간 걸으며 내 몸안에 잠들어있는 운동 스위치를 켠 다음, 45분간 10의 속도로 달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50분간 달리게 될 것이다.
10분 후에 트레드밀에서 내려왔다.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걸 보아 운동은 확실히 되는 것 같은데 무릎이 아팠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걷고 달리는 동안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너무 힘들었다.
헬스장을 어슬렁거리며 이것저것 깔짝거리다가 '좀 쉬어볼까?'라는 생각에 자전거에 읹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릎도 아프지않고, 땀은 줄줄 나는데다가 손이 자유로워서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보면서 하니 지루하지않았다. 역시 자기에게 맞는 운동이 있는 법이다.(참고로 트레드밀에서는 tv보는 것조차 지겨웠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해서 주3회는 어떻게든 운동을 해보려고 노력했더니 올해 검진에서는 혈압이 정상범위로 나왔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자하는 결론은 운동 열심히 해서 혈압을 낮추었다라는 해피엔딩같은 것이 아니다. 지금도 헬스장의 트레드밀에서 30분 이상 쉼없이 달리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렇게 뛰는 사람들은 내 눈에 '이(異)세계의 용자'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마리톤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