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만약 네가 곰팡이 핀 드레스를 입고 온다면
나는 그것을 찢으려 들지 않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냄새와
가장 보기 흉한 얼룩조차
기꺼이 껴안아줄 거야.
네가 걸친 그 드레스가 곧 네 삶이라면
나는 세상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내 몸에 덧칠하듯 뒤집어쓰고서라도
너를 가려주고 싶으니까.
곰팡이가 남아 있어도, 얼룩이 져 있어도
한 번 태어난 드레스는 죽을 때도 드레스로 죽게 돼.
구겨지고 해진 천 조각일지라도
그 위에 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혀 쪼가리를 씹어 삼키듯
세상의 말을 견뎌낼 수 있어.
오랜 잠을 자느라 우리가 만나지 못했다고,
그렇게 말하며 걱정에 묻혀있는 너를
환몽에서 맞이한다.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숨이 찬 게 아니야.
이미 턱끝까지 차올랐던 순간에 우연이 우릴 스쳐간거지
너의 말들은 점점 밑바닥을 향해 소재를 잃어가는데
왜 나는 아직도 전하고 싶은 글과 말들이
매 순간 숨을 쉴 때마다 넘쳐나는 걸까?
낯선 여자가 술에 취해 사랑을 고백해왔다.
그 순간 인생이 기구하다고 느꼈다.
내 한 끗을 본 것처럼 이해한다는 말투와
낯빛까지 닮아 있었으니까.
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말한 적이 없는데
그녀는 가정하며 가장 순종적인 사랑의 역사를 깎아먹었고 나는 그것이 순간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지만
나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악담을 퍼부었다.
남에게 상처 주는 글재주는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재능이다.
업보 같이 돌아온 저주 섞인 말들도
추잡한 나에겐 어울리는 결말일 뿐.
내 사랑의 근본은 외로움에서 시작되었고
하필이면 그 분야의 전문가들과 살아왔으니.
혹시라도 너와 다시 마주한다면
내가 너에게 퍼부을 상처들이 두렵다.
오늘은 구석진 곳에서 곰팡이 썩어가는 것들로
적당한 끼니를 만들어 채워간다.
너의 말들은 종말론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꺼내고 싶니?
우리는 매일을 수십통의 편지를 나누고 있지만
당신이 나에게 건낼 말들은
멸종 위기를 맞이한 사랑처럼
바닥을 들어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몇 천가지 글들을
숨을 간신히 내쉬는 순간마다
한도 끝도 없이 쏟아낼 수 있다.
별의 별 것이 온통 너로 가득해
마음 한켠에 무엇 하나 들어올 자리가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제풀에 지쳐
이런 행위를 멈추겠지.
그때 우리의 책은
오로지 나 혼자 써 내려갈 거야.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삶은 있을까?
세상은 미신과 신앙으로만 채워져
결국 믿음과 의심이 뒤엉켜 돌아갈 뿐.
우리는 이렇게도 비슷하지만 그만큼이나 너무 다르다
당신은 어리지만 나보다 성숙하길 바란다.
부디 나의 불안한 예감들이
당신에게 행복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오늘 기꺼이 들이 부은 술은 수치를 잴 수 없지만
우리가 잔을 같이 나눠 가진 날들을 깔보듯이
아득하게도 높다.
정신을 부여잡고 글을 기록하면
응어리 진것들이 순식간에 흩어지고
더 큰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그럼에도 나는 금방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깊은 잠을 청하겠노라.
누가 더 사랑하냐고?
우리는 매일을 장난처럼 그것을 저울에 재어보았고
너는 나에게 기꺼이 져버렸다고 말했지
나는 그런것들이 싫었던거야 반갑지 않은 승전보가
당장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아프고
항상 져주고 싶었지만 질 자신은 없던게 아픈거야
무한배보다 높고 깊은 것이 있을까?
너의 죄책감을 꺼내어
네가 준 꽃무덤에 심어버렸던 나는
무한배보다 너를 깊게 사랑하고 있던게 맞을까?
의혹은 토막 살인 같아 이곳 저곳에 흩뿌려져 있고
항상 어딘가 인적이 드문 곳들에 잘도 숨겨두니까
차라리 자만심을 가지고 살아갈걸
내 배경이 넉넉하지 못한게 한이다.
내 행복을 바란다면
너는 분명 망가진 꿈을 꾸고 있는거야
당신의 부탁을 받은 나는 거짓이라는 옷을 입고
당신에게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다.
그렇지만 내 과거의 실루엣에게
내가 어찌 그럴 수 있을까?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어느날 서로를 증오하는 날에 동이 트면
-나는 솔직한 행동으로 그곳을 탈출 하고 싶었다.
-세상을 다 감싸면 용기를 가진 사람이
‘오늘의 날씨가 꽤나 흐리다고 말을한다.’
그건 일종의 재회의 고백이였다.
암묵적이지만 서로 만든 룰이였다.
아무리 헤어지더라도 용기를 가지면
남과 여 둘 중 한명은 서로를 버리지 못하고
오늘의 날씨가 흐리다고 말한다.
그들은 그 말을 서로에게 말하고
‘그러게 오늘은 구름이 하얗다’ 라고 답을 해주면
서로는 약속 한 듯 다시 만난다.
영화는 영화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가끔은 오늘을 버텨내기 위해서
그런 말도 안되는 날들을 고대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을 인생일 것이다.
우린 헤어짐의 순간을 모르고 그런 룰을 만들지 않았다.
영원을 믿을 정로도 굳건하고 순수한 사랑이였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