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녹아 없어져도

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by 박다올

천국에는 사랑을 심을 자리가 없어요

너무 뻔하지만 우리는 지옥에 가야 해요

생각해 봐요 우리의 흉터를 아이들이 물어볼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우린 그럴싸한 거짓말을 하면서

아이들이 행복해하다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세상에 모든 것들을 등지고 웃으면서 싸워야 해요


저기 멀리서 타는 냄새가 풍기고

발끝이 타들어 갈 것처럼 너무나도 뜨거워요

내가 등을 내어줄 테니 이리 와서 업혀요

저기 저곳은 너무나도 멀고 아득하지만


당신이 화상을 입을 일은 없을 거야

사방에 시체 냄새가 풍겨오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 화단을 가꿔서 꽃을 심을 거야


당신이 뭐라고 했더라

나는 그걸 분명 놓치지 않았는데

열심히 뛰다 보면 날씨 핑계를 댈 수도 있겠어요


아무렴 어때요, 그날의 날씨가 흐리던 타오르던

아무렴 어때요, 그때의 우리가 알아서 하겠죠

업화마저 이불을 삼아 그 속에서 잠들겠죠


그때 나는 미뤄왔던 잠들을 몰아서 잘 거예요

그리고 당신을 업고 용암 같은 곳을 걸어갈 거예요

작은 불길마저 당신을 손댈 수 없도록

내가 더 발걸음이 빨라지면

발목이 녹아 없어지기 전 도착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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