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마다 무늬가 있었다
젖기 싫다 말하니
수갑을 채우고 열쇠를 삼켰습니다.
작은 칼자루로 눈을 파낸 뒤
그것을 당신에게 쥐어주었습니다.
부패한 바다까지는 천 걸음이 남아있다 말하니
차라리 그곳에 묘를 심겠다 하여
우린 약지를 걸었습니다.
저는 무음 속에 콧노래를 부르며
없는 단어로 가사를 만듭니다.
벽 같은 파도에 잠식되니 젖어들음에 두려움은 없지요
이미 우리의 모든 글에는 마침표가 찍혀 있으니까요.
무명지
왜 그곳에 눈이 있고 잘린 당신의 약지가 걸려 있습니까
걸음이 고통에 닿는 거라면 지평선까지 걷자 했거늘
그날부터 불을 끄면 사물들이 훌쩍입니다
틈 사이 빛줄기를 피하지 못해 손목에 다른 팔찌를 차고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단어들로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자국에 바늘을 넣어 무늬를 만들었습니다
네 저는 지워지지 않게 당신을 은폐하였습니다
눈물은 마음으로 쓴 시 그 시의 주인은 찰나
그러나 대상은 불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촛불을 켤 때
이름 모를 사람들은 곧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속에서 백행을 채우려 하였습니다
오늘 저는 당신이 걸린 약지를 잘라
안개꽃 밑에 심었습니다
잠이 외면이라 생각하여 만들어낸 불면증은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곳에서 얼마나 기다릴지 가늠할 수 없기에
빈 잔을 던져 물속에 가두고
마르지 않게 하고 싶을 정도로요
죽은 이름들이 너무나 많이 떠돌아다닙니다
몽매의 공간 이곳을 가득 채우지 못하면 어쩌냐며
슬퍼하셨지요
어린 시절부터 당신이 먹어온 알약과
내가 삼킬 것들이 많으니
명부를 넘은 곳에서 당신에게 더 이상 고통은 없습니다
저는 더 이상 체온을 제어보지 않습니다
떨어진 피의 온도만 측정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던 숫자를 넘길 때
붉은 마음으로 또 다른 백행을 채워보고 싶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 순간을 기다리며
저는 이제 더 이상 글에
마침표를 찍지 않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