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며 배우는 것들

by 골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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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는 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는 굉장히 일상적인 행위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꽤나 개성 있는 취미로 보이곤 한다. 차 마시는 취미를 갖게 되면서 하게 된 몇 가지 생각들이 있다. 스스로에 대한 내부적인 깨달음이 있었고 타인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 즉 외부적인 것들에 대해 느끼고 배운 것도 있었다.


먼저 내부적인 것으로는 자신의 쾌(快)와 불쾌(不快)에 대해 알게 된다. 어떤 특정한 맛은 누군가에겐 호일지라도 나에게는 불호이고 불쾌로 느껴질 수 있다. 또 어떤 맛은 누군가에겐 영락없는 불호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호이고 쾌일 때가 있다. 한번은 보이차 한 종을 마셨는데 첫맛으로 나는 미역이 연상되는 맛이 굉장히 불호로 느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으나 일부 사람들은 그 맛을 오히려 특별하게 느끼기도 한다고 팽주(烹主, 차 대접하는 사람)는 설명했다. 이때 나는 내가 그런 맛이 나는 차를 확실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암중란'이라는 차를 마시고는 단내와 진득한 나무향, 화한 느낌의 암골화향(岩骨花香)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경험들로 스스로의 쾌와 불쾌를 알아가다 보면 취향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내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을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취향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탐구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게 된다.


이렇게 알게 된 한 가지의 취향은 내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밧줄로 작용할 것이다. 삶의 많은 부분을 한 개의 로프에 걸지 않고, 하나가 끊어져도 다른 줄들이 나를 지탱해줄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행복에 인생을 분산 투자하는 것. 여러 개의 줄에 온몸을 의지하는 리드 클라이밍을 하며 깨달았던 생각이자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다. 삶이 어려워질 때마다 내가 가진 로프들을 살핀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나의 하루를, 혹은 나를 살린다. 뿐만 아니라 삶의 다방면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살아가면서 커다란 강점으로 작용한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들이 뭔지 모르는 사람과 장기전으로서의 인생을 살 때 그 밀도와 깊이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취향을 알기 위한 첫걸음을 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일단 내가 가진 예산과 시간 등의 여유를 활용하여 빠른 시간 안에 최소한의 용품을 구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활동에 뛰어든다. 모든 게 제대로 준비된 완벽한 시작을 기다리면 영영 그 영역을 경험해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나는 차를 마시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을 찾아보았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이름난 작가들의 기물들이 너무나 비싸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값싼 중국제 물건들도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유통 마진이 다른 품목들보다 훨씬 많이 붙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어차피 중국의 다도 시장이 규모가 크고 저렴하기 때문에 직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처음으로 중국 온라인마켓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여 필요한 것들을 저렴하게 구비하였다. 덕분에 차 생활을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고 직접 차를 우려 마시면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고 나만의 취향을 알아가고 있다. 일단은 기본적이고 저렴한 것들로 시작한 차 생활이 점점 정확한 취향을 반영한 질 좋은 기물들로 변화되어갈 앞으로의 모습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가 된다.


외부적인 깨달음은 먼저 차 문화가 가지는 특징에서 비롯했다. 대부분의 찻잎과 기물들이 외국에서 오기 때문에 접근성에 따라 정보의 비대칭이 크게 발생한다. 특히 중국차를 접할 때 그런 막막함을 크게 느끼는데 최근 가졌던 다회의 팽주이자 실제로 찻잎을 판매하는 업자였던 분을 통해 그 막막함이 크게 해소되었다. 이렇게 정보 격차가 많이 발생할 때는 이를 악용하지 않을 거래처를 잘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업자인 그도 상인으로서 타국에서 물건을 보내줄 현지 동료나 국내에서 거래하고 교류할 동료를 선택할 때 신의를 우선시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스스로를 전문가를 표방하는 사람 중에서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그만의 기준은 다음과 같았다.


1. 자기가 가진 물건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인지

2. 만약 모른다면,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지

3.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인지


이 세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만약 이 기준에 부합한다면 인연을 맺을 만한 사람인 것이라고 했다. 거짓된 말을 하지 않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상대방과의 신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루어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단단해지고 정겨워지는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세속적인 세상에서는 마치 예술 작품을 오랜 시간 들여다봐야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 퐁퐁 솟아나는 시간이었다.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지만 동시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그런 대화가 좋았다. 가끔은 그저 차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고 알아가는 것보다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얻지 못할 영감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과정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어떤 분야에서든 어렵게 찾은 인연이 생긴다면 오랫동안 신의를 지키며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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