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이 되어 가나..

《보글보글 끓는 마음 위에 서 있는 나》

by 매력덩

올해의 끝자락.
모두가 바빠지는 계절이지만,

내 마음만큼은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나는 회사에서 실수가 잦았다.

실수라는 게 원래 한 번 나면 유독 크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런 단순한 문제를 넘어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협력단체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학부모폴리스라는 단체와 함께 일한다.
대부분 초·중등 자녀를 둔 부모님들로 구성된 곳이다.
연말이라 한 해를 돌아보고 서로를 격려하는 결산총회 준비가 한창이어야 했는데, 오히려 나는 예기치 못한 ‘보이콧’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왜 우리가 선정한 감사장 수상자에 경찰이 관여하느냐.”
“학폴 간의 파벌 싸움에 담당자인 너도 한쪽 편을 든 것 같다.”
“품위 손상을 시킨 특정 인물들을 왜 제재하지 않느냐.”

돌이켜보면,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글보글 끓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잠잠한 줄 알았다.
그저 조용할 뿐이었다.
끓기 직전, 표면만 흔들리지 않는 물처럼.

그 문제들을 계장님께 보고했고,

처음엔 내 선에서 다독이며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내 생각보다 훨씬 깊고 복잡했다.

며칠 후 과장님께 보고를 하러 갔는데,

나는 또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작년 행사 세부사항도 혼란스러웠고,

외부 참석 여부나 상장 전달자에 대해서도 말이 왔다 갔다 했다.

“아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 않나?”
질문보다 더 아프게 들어온 건 그 말 뒤에 숨은 실망이었다.

잠시 후 과장님께 다시 호출을 받았고,
학부모폴리스 현황과 갈등 이유, 감사장 문제 등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그제야 과장님의 표정에서 ‘왜 이것을 너 혼자 판단하려 했느냐’는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몰랐다.
감사장도 위원회를 열어 근거를 남겨야 한다는 걸,
대상자 선택이 단순히 전달받은 명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동안 ‘해오던 방식대로’ 해온 것이 문제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게다가 과장님은 “예산도 투명하게 사용해라, 새겨들어라”라고 하셨다.
그 말이 유독 날카롭게 마음을 찔렀다.

‘아, 나는 신뢰받고 있지 않구나.’
내 머리는 한순간에 하얘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과장님과 계장님 앞에서 나는 다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년 행사 기억도 흐릿했고, 다른 부서 행사 현장에서도 무엇을 보고 와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말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그 많은 상을 서장님이 혼자 전달했다고?”
그 의심의 눈빛이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같습니다’
나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힘없고, 비겁한 말이 비난의 칼이 되어

날아오는 줄도 모르고.

그날 이후였다.
내 머릿속이 텅 비기 시작한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대답이 자꾸 바뀌고,
말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더 불안해지고,
잠은 오지 않고,
밤에 열 번씩 깨고,
몸은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 문득,
퇴근 후 유튜브 검색창에 적힌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퇴직’
‘이직’

나는 언제부터 이 단어들을 이렇게 자주 검색해 온 걸까.

요즘의 나는
누가 등을 내리누르는 것처럼 무겁고,
숨이 턱 막히고,
스스로 하찮고,
벌레처럼 느껴지고,
누군가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산다.

그럼에도
“얼마나 큰 선물을 주시려고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이런 마음 한편의 희망이 겨우 나를 붙잡는다.

하지만 사실은 안다.
내가 지금 너무 지쳐 있다는 것을.
한 사람의 마음이 버틸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넘겨버렸다는 걸.

나는 요즘 이불속에서 잔뜩 웅크려 하루를 마무리한다.
손 하나 들 힘조차 없을 정도로.
그리고 조용히 바란다.
오늘 밤은…
제발 조금만 편히 잘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사막에서도 왈츠를 추는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