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조용한 위로ㅡ
예전에 함께 일하던 과장님이 계셨다.
내가 특별히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그분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셨다.
지금은 다른 과의 과장님이시지만
최근 오가며 마주칠 때마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아도 내 얼굴빛만 보고
힘든 걸 귀신같이 알아채셨다.
곧 타청으로 발령이 난다며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과장님은
이야기의 결을 억지로 바꾸면서까지
내 기를 살려주려고 애쓰셨다.
“○○는 아나운서를 해야 해.”
“예전에 미스코리아 뺨치는 직원이 있었는데 말이야, 성격은 엄청 털털했어. 너랑 닮았더라.”
“올해 진짜… 소 같이 일하느라 고생 많았네.”
말끝마다 살짝 과한 칭찬이 얹힐 때마다
조금은 민망하고, 옆사람 눈치도 보였다.
그런데도 알았다.
과장님이 지금 내게 건네는 말들이
모두 ‘다정함’이라는 형태를 빌려 온 위로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속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지쳐 희미해진 눈빛만으로도
‘괜찮다’고 말없이 등을 떠밀어주는 그런 사람.
오랜 인연에게서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한 걸음씩 더듬듯 나아가는 요즘이지만
그날의 온기가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히—
내 안에 불을 켜주었다.
뜨끈한 만두전골의 국물을 조심스레 불어
한 숟가락 삼키는 동안,
내 안의 슬픔도 같이 잠잠해지는 느낌이었다.
과장님의 조용한 배려가
허기진 마음을 천천히 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