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는 끝났지만 싸움은 남았다.

ㅡ모든 갈등은 담당자에게로 온다

by 매력덩

내가 학부모폴리스를 담당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협력단체이다.

사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
사람 셋만 모여도 생긴다는 갈등쯤으로 여겼다.
누군가 자세한 사정을 설명해 주는 일도 없었고,
담당자로서 구성원 간의 개인적인 감정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말 결산 총회를 불과 나흘 앞두고 국민신문고에 항의 글이 접수됐다.

ㅡ협력단체 운영의 공정성 및 역할과 원칙의 재정립 요구.
ㅡ일부 인원의 사조직화 행태 고발

문장만 놓고 보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었지만, 실상은 깊어진 내부 갈등 속에서 한쪽이 느낀 억울함의 표출이었다.
나는 그 글에 즉각 답하지 못했다.
다만 눈앞에 닥친 총회를 무사히 마친 뒤,

차분히 실타래를 풀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연말 총회는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고,
한 해를 정리하며, 다시 힘을 모으는 자리다.

그러나 준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행사 준비 학폴 대표들과의 연락은 원활하지 않았고, 약속한 일정은 자주 어겨졌다.
이해하려 애썼지만, 몇 시간씩 답이 없을 때면 억장이 먼저 무너졌다.
행사 당일 아침까지 도착하지 않은 부상품,
당일에야 전달된 학부모폴리스 활동 영상,
예고 없이 등장한 외부 인사들까지.

공공기관의 행사는 절차와 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그 모든 부담은 결국 담당자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초·중학교 학부모폴리스 간의 보이지 않는 긴장이었다.
초,중에서 섭외한 식전행사 공연팀 관련해서

누가 먼저 무대에 오르는지,
누가 몇 팀을 초대했는지,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가 비교와 불만이 되었다.

그럼에도 행사는 시작되었고,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아이들의 춤과 함성, 절도 있는 태권도 시범에
장내에는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본행사 또한 큰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정말 잘 준비하셨네요”라는 말을 들으며
나는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때였다.

외빈을 배웅하고 돌아온 행사장 안에서
두 사람이 격렬하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단복을 입은 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얼굴들이었다.

원래는 가장 가까웠던 사이.
그러나 권력과 오해, 감정이 쌓이며
결국 공개적인 충돌로 터져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담당자로서의 당혹감과 인간으로서의 참담함을 동시에 느꼈다.
행사는 끝났지만, 마음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당사자 중 한 명에게서 전화가 왔다.
분노와 억울함, 책임 추궁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끝없이 묻고 있었다.

그저 진심을 전했다.
누구의 편도 아니며,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고.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고,
함께한 시간만큼은 좋게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점차 낮아졌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하며
말 한마디, 태도 하나가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오해가 되는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실감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다툼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기 위해
나만의 기준과 원칙을 더 단단히 세워야겠다고.
흔들리지 않는 자리에서
온전한 나로 서 있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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