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수갑을 채우는 대신

사람을 안았다.

by 매력덩

경찰관이라는 직업은 타인의 삶에 자연스레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때로는 원치 않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감정 속에 휘말리기도 한다.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이었다.

'오빠가 엄마에게 맞았다. 창문을 깨고… 무섭다, 도와달라’ 라는 112로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나는 소내 근무 중이었고,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와 119 구조 요청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IDS에 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앳된 여자 아이였다.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었을까.

그 또래의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로서,

나는 더욱 주의 깊게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녀가 순찰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부터 상황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갔다.

그녀는 순찰차 뒷문이 떨어져라 내리고는, 파출소 현관문을 거의 박살 내듯이 발로 찼다.

천둥이 친 줄 알았다.

덩치가 컸고, 마치 발정 난 야생동물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남자 직원들도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대화를 시도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피신고자는 바로 그 아이의 엄마였다.

그 거친 팔로 아이를 때린다면, 정말 아이의 뼈 하나쯤은 가뿐히 부러뜨릴 수 있겠다 싶었다.

그 광경을 같은 공간에서 지켜봤을 아이의 공포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막내 직원이 조심스럽게 건넨 물을 그녀는 오른발로 뻥 걷어찼다.

세상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듯했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팀장은 수갑을 풀어선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차분히 설득했다.

대화로 풀어보자고, 우선은 그녀를 인간적으로 대해보자고. 그렇게 수갑을 풀고, 내 허리춤의 가스총, 삼단봉, 수갑 등 위험요소를 전부 빼내 서랍에 넣었다.

그녀의 삶은 마치 곪을 대로 곪은 고름덩이 같았다.

고단하고 지리멸렬한 날들이 층층이 쌓여 오늘의 폭발로 터진 것이겠지.

나는 그녀의 등을 천천히 문지르며 말했다.

“저도 어린 아들 둘을 키우고 있어요.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외롭고 고된 일인지, 저도 잘 알아요. 어머님 마음, 이해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떤 게 힘든지 말씀해 보세요.”


그 순간, 맹수 같던 그녀가 무너져 내렸다.

“남편과 이혼하고 나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자식도 내 마음대로 안되고.......... 죽으려고도 해 보았지만 죽는 거도 내 마음대로 안돼.”

그 한마디와 함께 그녀는 오열했다.

속절없이 무너진 서러움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가만히 안아주는 것뿐이었다.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 정글 같은 이 세상에서.. 말보다 온기가 더 필요한 순간이었으니까.






며칠 후, 신고를 했던 그 아이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경찰이모 고맙습니다. 엄마는 우울증 약을 먹었어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나중에 저도 아프고 약한 사람 지켜주는 멋쟁이 경찰 될래요.”

그 편지를 읽으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버텨낸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눈앞이 흐려졌다.

범죄자에게 법의 심판을 내리기 전,

인간으로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숙고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경찰의 사명이 아닐까. 물론, 방어 능력이 약한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 그 엄마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그녀의 삶과 내면의 고통을 쉽게 재단할 수 없다.


그녀는 외로웠고, 지쳐 있었고, 길을 잃었을 뿐이었다.

손가락질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는 걸 그날 나는 다시 배웠다.

누군가의 삶 한복판에 서는 일, 그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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