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나를 처음으로 인정하다

ㅡ 내 생애 첫 바디프로필

by 매력덩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운동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운동과 식단을 동시에 시작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절대 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자면 비율은 이렇다.

식단 60, 운동 40. 그만큼 먹는 게 중요했다.
아무리 적게 먹어도 평생 그 양만 먹고살 수는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였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만큼의 살을 그대로 몸에 들이는 일이라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운동은 하루 한 시간 이상

걷기, 뛰기, 헬스를 섞었다.

한 가지 운동만 하면 금세 질리는 성격이라

일부러 종류를 나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두 달 가까이 거의 빠지지 않았다.
식단은 의외로 길게 잡지 않았다.

너무 오래 준비하면 중간에 나가떨어질 것 같았고, 바디프로필을 찍는 이유 자체가

흐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운동은 양보해도, 먹는 것만큼은 일부러

준비 기간을 짧게 가져갔다.
문제는 내가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과자, 빵, 떡. 특히 단 것.
‘바프만 끝나면 다 먹어야지. 낄낄낄.’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적어두고,

밤마다 먹방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했다.

밤은 어떻게든 참고,

덜 죄책감 드는 아침에 먹고 싶은 걸 먹기도 했다.
주변에 바프를 찍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터라, 여럿이 함께 먹는 점심 메뉴가

짜장면이나 떡볶이로 정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최대한 깨작깨작,

한 입 넣고 3 분씩 씹었다.

말은 안 했지만, 그날의 나는 거의 수행자였다.
촬영 이틀 전부터는 더 빡빡해졌다.
한 끼에 삶은 달걀 하나, 두유 하나, 방울토마토 일곱 알, 아몬드 조금. 그렇게를 하루 두 끼.
배가 고파 잠에서 몇 번이나 깼다.

‘이래서 나이 들면 굶어서 살 못 빼는구나’

비몽사몽 그런 생각을 했다.
전날엔 수분까지 줄였다.

근육 결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며

하루 물 섭취량을 500ml로 제한했다.

몸이 마르니 예민해졌다. 가만히 있어도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을 만큼 더운 8월이었다. 배고픔보다 갈증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잠깐 후회했지만,

이 감정만큼은 꼭 기억해 두자고 마음먹었다.
촬영 당일,

에너지가 필요하다기에 일부러

쌀밥을 조금 먹었다.

그 한 숟갈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촬영장에 섰다.
사진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허리는 비틀고, 골반은 뒤로 빼고, 턱은 치켜들고, 시선은 내리깔고, 표정은 도도하게.
작가는 수없이 주문을 쏟아내고, 나는 어정쩡할 뿐

그중 절반도 제대로 못 따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자세 하나에 집중하면 하나가 틀어졌다.

카메라를 씹어먹는 연예인들

괜히 연예인이 아니구나 싶었다.






촬영이 끝나고 사진을 확인했다.
몸보다 먼저 보인건 위축된 표정이었다.
‘조금만 더 뻔뻔했어도 됐는데...

조금 더 즐겼어도 됐는데...
당당한 사람들을 부러워해왔던

나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게 나라는 걸, 다시 한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십 년 넘게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 없지.


'촬영 끝났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넛을 먹는 일이었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주먹만 한 도넛 네 개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 치웠다.

그날 먹은 도넛은 과장이 아니라 인생 도넛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배운 건 멘탈 관리였다.

바프를 찍는데 무슨 멘탈이냐. (그 의견 존중한다.)

식욕을 참다가 한번 무너졌을 때

(보통 '입 터진다'라고 표현한다.)

정신줄 놓고 먹은 나를 미워하지 않고,

살살 달래 다시 시작하는 법.

어쩌면 그 당연한 식단과 운동보다

더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진 몇 장 찍자고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요요 온다, 건강 망친다.

(꼭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하는 소리)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이건 나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남의 기준 말고, 내 기준으로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작은 성공 하나쯤은 가져보고 싶었다. ‘나도 하면 한다’는 감각

몸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도 가끔 그 사진을 다시 본다.
그때 느낀 건 단순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몸은 정말 정직하다는 것.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사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가진 조건 안에서 가능한 최고 버전으로

살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그걸 스스로에게 허락하기로 했고,

그 첫 증거가 그 사진 속의 나였다.

작가의 이전글그날, 나는 수갑을 채우는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