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밖으로 나오다
2008년 1월 나는 영국에 도착했다.
처음 북한을 떠난 것은 1998년이지만 중국에서 북한으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에서 몽골로, 다시 몽골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내 자유를 찾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영국 땅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영국에서 산다면, 특히 탈북자가 영국에 산다고 하면 모두 런던을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할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영국에 도착할 당시 내가 아는 영어는 굿 모닝,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그리고 헬로 전부였다.
나는 북한에서 러시어(로어)를 배웠고 영어 알파벳은 수학에서 사용했을 뿐이다.
히드로 공항도착하고 그 이후 홈오피스 즉 난민과 이민자들을 관리하는 내무부에 난민 신청을 해야 하기에 한 밤중에 2층 짜리 버스를 타고
리버풀로 갔다. 난 영국 하면 오직 떠오르는 것이 런던 그리고 옥스퍼드 대학이었고 맨체스터, 리버풀은 들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안내원 따라서 리버풀에 있는 난민신청을 받는 내무부 청사로 갔고 리버풀에 2 주간 있었다.
물론 중국에 머물 때 중국인들 음력설을 한 달씩 노는 것을 본 적 있지만 길거리에서 풍악을 우리며 용 탈을 쓰고 춤을 추는 건 리버풀에 와사 처음 봤다.
그만큼 중국에서의 삶은 힘들고 숨어 다녀야 했던 신분이기에 사람들 많은 곳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음력설을 보고 그 후 난맨체스터로 집을 배정받았다.
그 후 영국인들이 즐기는 이스터 즉 부활절을 맞이했지만 부활절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왜 달걀 모양의 초콜릿인지 등등 의문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예수 부활이라고 알려졌지만 성격에 문외한인 나는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성탄절 날이 왔는데, 영국은 성탄절이 우리 설처럼 아주 큰 연휴 명절이다. 하여 나는 중국 음력설처럼 영국도 성탄절엔 길거리 축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아침 일찍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입히고 집을 나섰는데 동네는 물론 길거리에 사람들이 전혀 없다.
특히 매일같이 정적을 울리며 다니는 자동차들은 물론이고 버스를 기다려도 너무 오지 않아서 걸어서 타운 센터까지 갔다.
우리가 타운 센터에 걸아가는 30분 동안 사람들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가 너무 늦게 나온 것인가?? 혹은 빨리 나왔을까?라는 생각만 했다.
타운 센터에 도착하니 쇼핑센터들도 문을 닫았고 바로 앞에 있는 교회도 문을 닫혀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일찍 나왔어도 낮에 축제를 해야 할 상인들은 분명 있어야 하는데 누구도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진맥진하여 집으로 돌아왔고 그 후 성탄절 의미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일 년이 지나서 부터였다.
영국인들에게 성탄절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즐겁게 보내는 가족 명절이지, 길에서 다 함께 보내는 명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성탄절이 끝나면 그다음 날은 “박싱데이” (Boxing Day)라고 하는데 나는 체육의 날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박싱데이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박싱데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시작된 명절이지만, 지금은 성탄절 축하행사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박싱데이는 영국에서 시작된 국가 기념일 중 하나 하나이다. 박싱데이의 역사는 1743년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이 되었는데 그 당시부자들 많았던 영국은 성탄절 다음날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과 직원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며 가족들을 만나러 가도록 했는데 그때 선물이나 사례금을 받는다고 즉 크리스마스 상자를 받는다고 하여 박싱데이라는 붙여졌다고 한다.
지금은 영국에서는 박싱데이에 백화점을 비롯하여 명품 상점들이 원래 값보다 낮추어서 물건을 팔기도 하며 영국은 항상 박싱데이가 지나면 그날 사용한 신용카드, 현금 수치 또는 어디에서 물건들을 많이 구입을 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들도 뉴스에서 발표한다. 또한 많은 상인들이 박싱데이에 일 년 중 가장 큰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까막눈이었던 내가 영국에 와서 세계인들이 즐기는 명절들을 알게 되고 특히 성탄절은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명절임을 배워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정보가 널려져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그 정보는 나의 까막눈을 세상 밖으로 끌고 나오도록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이 활활 타오르려면 장작이 필요한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정보가 연료와 같다. 하지만 젖은 장작을 넣으면 타오르던 불길을 꺼버리고 오히려 보이던 길도 흐리게 만들며, 나를 고통에 몰아넣듯이, 정보라고 하여 그것이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안갯속에 같이는 것 만 아니라 눈뜬 소경이 된다.
올 한 해도 수고 많이 하신 브런치친구님들,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