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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Jul 12. 2023

나 홀로 무인도에 표류되다 2

나의 라이프 스타일 찾기

디지털노마드로써 시간과 공간에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당신.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하다가 태풍을 만나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이름 모를 섬에 표류되었다. 하루종일 주의를 살펴봤지만 나 이외의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 혼자 이 무인도에 고립됐다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면서 불안과 공포, 두려움이 나를 덮쳐왔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나 말고 누군가가 있을 거야', '배에 탄 사람만 수천 명인데 설마 나밖에 없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또 분명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절망 또한 크게 작용했다. 어지러운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하며 다시 짐이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저물고 바람과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면서 몸의 이상이 하나둘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젖어 있는 신발을 신고 걸으면서 발이 팅팅 불어 버렸고 또 물집도 생겼다. 그리고 몸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있었고, 크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은근하게 찾아오는 복통도 나를 괴롭게 했다. 우선 젖은 신발과 옷, 몸을 말리기 위해 불을 지펴야 했기에 나뭇가지를 주우러 돌아다녔지만 마른 나뭇가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무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수 없이 잘 꺾이지도 않는 생 나뭇가지들을 억지로 꺾고, 또 티브이나 영화에서 본 대로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돌멩이도 함께 주워서 자리로 돌아갔다. 주워온 돌멩이들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억지로 꺾어온 나뭇가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봤지만 역시나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젠장! 아~~ 짜증 나!!!!"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고함을 지르며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게 누워있다가 고개를 무심코 돌렸을 때 바위 위에 놓여있는 노트가 눈에 떡하니 들어왔다. 

"아!! 노트가 있었네!"

아까 옷과 신발을 말릴 때 노트도 함께 바위 위에 올려놓았었는데 다행히 불이 붙을 정도로 적당히 말라있었다. 노트를 집어 들고 와 몇 장을 신나게 찢어내고 공처럼 구기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처음에 종이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3장만 불을 붙였더니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나뭇가지에 불이 붙지 않았다. 괜히 아끼다가 이도저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노트를 한 움큼 뜯어내고 나서야 겨우 나뭇가지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아까 꺾어온 나뭇가지로는 밤새 불을 지필수가 없어 보였다. 배도 고프고 해서 완전히 해가 지기 전에 열매도 찾고 나뭇가지도 좀 더 구하기 위해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 그런지 나에게 위협이 될만한 동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 섬에 나 이외의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곤충들과 이름 모를 새가 다였다. 숲을 돌아다니며 몇몇 열매들을 보았지만 이게 먹어도 되는 열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 배는 고프지만 혹시나 먹으면 안 되는 열매를 먹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겁이 나 열매를 입속으로 가져가지는 못했다. 설상가상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까지 잃고 말았다. 

'아 나 길치인데 어떡하지....'

해안으로 가 섬을 한 바퀴 돌다 보면 펴놓은 모닥불 불빛이 보일 거 같아 모아논 나뭇가지를 안아 들고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는 고프고~ 갈증도 나고~ 물집은 터져서 걸을 때마다 발도 아프고~ .....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는데 뜨거운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아직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봤는데...' 

그렇게 눈물을 삼키며 멍하니 해안을 따라 걷고 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불빛이 보였다. 이른 시간에 불빛을 발견했지만 크게 기쁘지는 않았다. 불빛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갔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걷다가 그만 나무 밑동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팔꿈치가 나무에 찍혀 피가 났지만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신음소리도 나지 않았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고 있는데 나뭇가지 옆에 어디서 많이 봤던 과일이 보였다. 바나나. 순간 고개를 위로 휙 올려봤더니 아직 다 익지 않은 바나나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예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덜 익은 바나나도 불에 구우면 먹을 수 있다는 장면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살 수 있어. 포기하지 말자!!'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아무런 희망이 없어 넋을 놓고 있을 때는 몰랐던 통증들이 바나나를 보고 살아겠다는 희망이 생기자마자 고통스럽게 나를 엄습했다. 



나 홀로 무인도에 표류되다 2(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찾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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