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정신건강 스타트업 코파운더 공황 극복기
나는 정신건강 스타트업 파운더이다.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더 이상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바일앱을 만들고 있고,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구급차에서 격리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6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있어주었던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응급실 격리실에 엄마와 둘만 남게 되었다. 먼저 간호사분이 오셔서 다시 체온과 혈압을 체크했다. 구급차를 타고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38º가 넘던 체온은 다시 37º 밑으로 떨어졌고 혈압은 160 이상이었다. 해열제도 먹지 않았는데 열이 없어졌다. 아까 정상 체온이 나왔다면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잠시 후 다시 찾아온 간호사분이 피검사를 하기 위에 왼팔에서 피를 뽑아갔고 높은 혈압과 나의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링거를 달아주고 가셨다. 나는 양손잡이지만 주로 왼손을 사용해서 피검사를 할 때는 항상 오른팔에서 채혈을 하곤 하는데 의사표현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 왼팔에서 뽑아간다. 이날은 왼팔, 오른팔 따질 정신이 없었다. 왼팔에 채워진 혈압 측정기가 20분마다 나의 혈압을 체크했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니 혈압도 낮아지고 호흡도 안정을 되찾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링거를 맞아서 호흡이 안정된 게 아니라 응급실 격리실에 자리가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호흡이 안정됐던 거 같다.)) 그러다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갑자기 혈압 수치가 높아지면 다시 호흡이 가빠졌고, 호흡이 가빠지면 혈압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혈압이 높아질 때마다 간호사분께 제발 먹는 혈압약 좀 달라고 말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200 이상 올라가는 거 아니면 크게 위험한 게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호흡과 혈압이 안정되어 있을 때 X-Ray도 찍어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고, 피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당직 의사분이 오셔서 검사결과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과 함께 3일 뒤 호흡기 내과 외래를 잡아 주셨고, 링거를 다 맞으면 약을 처방해 줄 테니 집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나는 불안하고 찜찜해서 그대로 집에 돌아가기 싫었지만 그날은 그렇게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엄마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역시나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다가 과호흡이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40시간 가까이 잠을 자지 않고 버텼고,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그날 밤 나도 모르는 새 잠에 들고 말았다. 아침에 놀래서 일어나니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사히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이제 괜찮아 진건가 하는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고 그렇게 하루를 더 쉬고 이틀뒤 회사로 출근을 했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가끔 답답함은 느껴졌지만 과호흡이 올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예약했던 강북삼성병원 호흡기 내과에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갔고, 다시 피검사를 하고 심장 CT도 찍었지만 결과는 아무런 이상 없음. 해당과 교수님께 자기 전에 가장 호흡이 불편하다는 말을 하니 정신과에서 처방해 주는 신경안정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렇게 아무 탈 없이 며칠을 보내고 예약 취소는 했지만 미리 결제를 해놓았던 여의도 성모병원 신경과 환불을 받기 위해 출근 전에 들렸던 날 나의 두 번째 과호흡이 찾아왔다.
어느 날, 내 일상에 공황이 찾아왔다 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