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유럽 여행기
나름의 계획보다 하루 늦게 도착한 마데이라. 마데이라는 포르투갈 남서쪽에 있고, 포르투갈 보다는 아프리카에 더 가까운 제주도의 절반정도 크기의 화산섬이다. 그리고 축구선수 호날두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던 사람들 중에 유소년 축구팀도 있었다. 푼샬 공항에 도착해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비행기 편은 리아가, 숙소는 승래가 담당하기로 하고 인프라는 내가 담당하기로 해서 폰타두솔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도 내가 알아봐야 했었다. 나는 'ChatGPT'에게 푼샬 공항에서 폰타두솔에 있는 우리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을 물어봤고, 분명히 공항에서 우리 숙소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가면 공항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가는 비용의 30% 정도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ChatGPT'가 나에게 알려준 정보는 2년 전 정보였고, 지금은 버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공항 이곳저곳을 한참 돌아다니다가 결국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ChatGPT'를 사랑하고 잘 활용하는 리아이지만 저때만 해도 다시는 'ChatGPT'정보를 자기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었다....
약 100유로(한화 14만 원)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고속도로를 지나 '폰타두솔'에 도착해 숙소가 있는 '칸하스' 마을까지 올라가는 절벽 오르막길은 그 경관이 무척이나 경이롭고 멋있었다. 자연이 사람이 살도록 허락하지 않은 땅에 사람이 자연 몰래 숨어 살고 있는 듯한 동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절벽에 수백 그루의 바나나 나무들이 경작되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계획하지 않았지만, 때마침 우리가 도착한 날이 '칸하스' 마을의 피에스타 마지막 날이어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던져놓고 밖으로 나갔다. 피에스타나 부활절 같이 특별한 날에만 판매한다는 사슴? 고기 숯불구이 꼬치와 럼이 들어간 마데이라 전통 과일주인 '퐁챠', 그리고 마늘빵과 비슷한 마데이라 전통빵을 사들고 다시 숙소로 갔다. 고기와 술을 한잔하고 나니 그제야 광활하고 고요한 대서양 바다가 보였다. 바다가 멈춰있는 듯 고요해 보이고, 수평선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해무 때문에 잘 안 보이는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숙소 고도가 높아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숙소의 고도는 약 1000m)
우리는 3주간 2층집에 방이 3개인 메인 하우스와 2층이지만 방이 하나뿐인 별관이 있는 펜션을 통으로 대관했고, 지금은 괜찮지만 당시에는 내가 코를 조금? 심하게 골았기 때문에 나 혼자 별관을 통째로 쓰고 승래와 리아가 메인하우스에서 지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열흘이 남았을 때 우리 '하이노매드' 크루이자 미국 뉴욕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당신의 친절한 IT친구 - 맥스'와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맥스의 여동생 '아령'(애칭은 아리)가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맥스는 풀리모트로 근무 중이기에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었다.(디지털노마드의 장점!! 공간의 자유로움)
리스본이 건물들과 거리, 트램 등 사람이 만든 것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줬다면, 마데이라는 자연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가 4월이었는데 낮에는 날씨가 너무 덥지도 않고 섬인데도 그렇게 습하지 않아 썬베드에서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씨였고, 밤에는 별이 쏟아질듯한 선명하고 아름다운 하늘이 너무 이쁘고 좋았다. 그리고 적도에 가까워서인지 4월의 낮이 한국의 하지(해가 가장 오래 떠있는 날)보다도 길었다. 저녁을 먹고 가볍게 산책을 하고 들어오면 8시가 좀 넘는 시간이었는데, 한국의 오후 4~5시 정도인 것처럼 해가 아직도 머리 위에 떠있곤 했다. 리아는 낮이 길어 너무 좋다며 마데이라의 매력에 푹 빠졌었고, 나는 낮이 길건 말았건 시차적응에 실패해서 처음 3일을 굉장히 고생했다.
맥스와 아리가 오기 전 셋이서 폰타두솔 해변에 있는 'tuneis antigos'(한국어로 "오래된 터널"이라는 뜻이 란다) 간 적이 있는데 가까이서 본 대서양 바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나 수평선 위로 해가 넘어갈 때는 한국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풍광을 볼 수 있다. 해가 이미 수평선 너머로 넘어갔는데도 아직 해가 떠 있는 것처럼 하늘이 밝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우리가 있던 'Ponta Do Sol'이' 해가 가장 마지막에 지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날 멋진 바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마데이라에서 가장 힘들었던 1시간을 보냈다. 차로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또 걸어 내려올 때만 해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 미친 절벽길을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 눈앞이 막막했다. 원래는 택시를 타고 갈 계획이었지만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우리 동네는 촌동네라 그런가 택시가 잘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걸어서 올라갔는데 숨이 차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땀도 비 오듯 흐리고 허벅지와 엉덩이도 아프고 도저히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이때의 나는 내 인생의 최고 몸무게를 찍고 있던 때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이대로 걷는다면 3시간은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절망하고 있던 차에 하늘에서 기사님을 보내주셨다. 어플로도 잡히지 않던 택시가 눈앞을 지나갔고 승래가 재빨리 뛰어가 택시를 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와인잔을 기울이며 빨리 차를 렌트하자는 다짐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떤 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