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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Jul 19. 2023

유럽 노마드의 성지 마데이라 1

나의 첫 유럽 여행기


리아, 승래, 나, 우리 셋은 인천공항을 떠난 지 20시간, 비행시간만 15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끝에 나의 첫 유럽 여행인 포르투갈 리스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에게는 비행자체가 엄청난 챌린지였는데 다행히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이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마데이라 제도이지만, 리스본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양 온 리스본에서 3박 4일간 머무르고 가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그레이션을 채 통과하기도 전에 우리가 대책 없고 계획 없는 'P'(MBTI)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시차 계산을 잘못해 당장 오늘 지낼 숙소가 없는 것이다. 맙소사... 부랴부랴 숙소 예약 어플을 열어 오늘 묵을 숙소를 예약했다. 공항을 나와 조금 전에 예약한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여기는 신기한 게 공항에서는 우버를 부를 수가 없었고, 셋다 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우버보다는 비싸지만 일반 택시를 타게 됐다.(택시는 경찰이 잡아준다 신기방기) 택시를 타고 "리스본 - Santa Maria Marior"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건물 숙소였는데 우리가 묵을 곳이 3층이었고, 캐리어를 버리고 싶었다. 꾸역꾸역 짐을 들고 들어가 보니 급하게 구한 거 치고는 꽤 괜찮은 곳이다.


리아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나와 승래는 배를 채울 요깃거리를 사러 곧장 밖으로 나갔다. 처음 본 유럽의 밤거리, 리스본의 밤은 아름답다. 물론 낮도 좋지만, 본의 아니게 5박 6일간 머문 리스본은 낮보다 밤이 아름다웠다. 리스본의 밤은 은근한 주황색 전구 불빛들이 타일로 된 거리 바닥에 윤슬마냥 반짝거리고, 노랗고 빨간 트램들이 아직 꺼지지 않은 밤거리를 아주 여유롭게 가로지른다. 그리고 이런 이국적인 분위기가 내가 이곳에서 분명한 이방인임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준다. 낯선 밤거리를 한참을 배회하다 'BANANA CAFE'라는 한국의 편의점? 푸드트럭? 과 비슷한 곳에서 고기파이 몇 가지와 맥주를 사들고 승래와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우리의 원래 계획대로의 일정이 시작되려면 오후 3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를 찾아갔다. 'BECO'라는 곳이었는데 한국의 코워킹스페이스나 공유오피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각자 화상 미팅이나 전화 통화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소곤소곤 대는 게 아니라 그냥 앉은자리에서 자유롭게 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었다. 노이즈 케슬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숙소로 돌아와 3박 4일간 머무르기로 한 리스본의 원래 숙소로의 이동하기 위해 짐을 싸들고 밖으로 나갔다. 도보로 20~30분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체감상으로는 1시간 넘게 걸은 거 같다. 한국에서야 맨날 차로 이동하다가 낯선 이국땅에서 한 달 치 짐이 들어있는 캐리어와 배낭을 메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방배정을 위한 가위바위보를 했다. 우리는 여자라고 해서 가장 크고 좋은 방을 양보해 주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방은 내 차지가 됐고, 리아는 가장 작은방에서 3박 4일간 지내게 되었다.


리스본에서 3일째 되던 날 또 다른 코워킹스페이스를 가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다. 아직 시차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아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리스본일정이 짧은 만큼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코워킹스페이스는 리스본 해안가 마르빌라에 위치한 'work hub'라는 곳이다. 처음 방문했던 'BECO'가 작은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면 여긴 조금 더 오피스 같은 느낌이었다. 스타트업 기업이 전체를 렌트하는 오스피룸도 있었고, 우리 같은 노마드들이 사용하는 공용 공간도 있었다. 하루에 17유로였는데 한국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했고, 누구나 앉은자리에서 전화통화나 화상미팅을 포함해 아주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 보여 자세히 살펴봤더니 대부분이 이케아 제품들이었다.


본의 아닌 1박이 추가된 4박 5일간의 리스본 일정을 마치고 마데이라로 이동하기 위해 리스본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1시 비행기 었는데 2번의 딜레이 끝에 결국 결항되었다. 마데이라공항 활주로가 세계에서 가장 짧아 베테랑 파일럿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우리는 비행기가 캔슬된 덕분? 에 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을 더 묵게 되었고, 어차피 하루 연기된 거 제대로 된 관광이나 하자는 마음에 숙소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벨렘탑을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해 보니 입장하는 줄이 상당히 길었다. 날씨도 덥고 해서 줄을 기다리는 동안 럼이 들어간 통파인애플 주스를 사 먹었다. 하나에 15유로이다. 그걸 3명이서 각자 하나씩 플렉스 하고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우리가 입장할 차례가 왔지만 우린 입장할 수 없었다. 미리 예매를 해야 한단다. 대책 없는 우리 'P'들은 그냥 돈 주고 들어가면 되는지 알았다.... 택시 타고 한 사람당 15유로짜리 주스만 사 먹고 입구컷 당하고 돌아가는 길에 'PASTEIS DE BELEM'라는 애그타르트 원조 맛집에 들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그 애그타르트 생각을 하니 침이 고인다.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5박 6일간의 리스본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날 또다시 2번의 딜레이 끝에 무사히 마데이라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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