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학생 하교 후 읍내 친구 아파트에 가서 아주 친했던 네 명 친구들과 놀았다. 그 시절 유행하던 판치기를 하던가 화투를 가지고 섯다를 한다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보잘것없지만 그때는 아주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라면을 사다가 끓여 먹거나 아주 가끔 짜장면을 시켜 먹기도 했다.
나는 항상 허기가 지면 라면을 10개 끓여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에 차있었다. 하지만 막상 음식을 몇 젓가락 먹으면 금방 배가 불러 항상 아이들은 나보고 입이 짧다고 놀려대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입 짧은 아이가 된 사건이 발생한다.
평소와 같이 학원 가기 전까지 친구집에서 놀고 있는데 배가 고파 짜장면을 시켜 먹기로 했다.
"아, 배 진짜 고프다. 야 곱빼기의 곱빼기는 없나?" 내가 물으니
친구 녀석은 "야 그런 게 어디 있냐 두 그릇을 시켜 먹든가 해야지!" 하며 나를 타박했다.
"있을 것 같은데..."라고 하며 의심적은 나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곱빼기의 곱빼기 있어요?" 내가 물으니
사장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아! 왕곱빼기요!?"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어깨를 들먹이며 "왕곱빼기 하나랑 보통 3개 주세요." 하며 주문을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짜장면이 도착했고 나의 왕곱빼기는 누가 봐도 이건 곱빼기 중에 곱빼기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릇이 정말 컸으며 그 안에 짜장면도 가득 들어있었다. 호기롭게 한 젓가락, 두 젓가락질을 하며 먹었다. 결국 1/3 정도 짜장면을 남기고 나는 영원히 친구들 사이에 입 짧은 왕곱빼기가 되었다.
요즘도 가끔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 잔하면 꼭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이 왕곱빼기 이야기이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친구들과 만나면 이 왕곱빼기 이야기는 빠지지 않을 것 같다.
하, 배도 고픈데 왕곱빼기 한 번 시켜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