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간의 억압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시킨 것만 해내면 되는 군대를 다녀오고 체질이 맞다고 느꼈었다. 그렇게 전역 후 딱딱한 군화를 신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한참 살이 찌고 평범한 옷가게에서 옷 구매하기가 힘들었다. 신발도 발이 커서 진열되어 있는 신발을 내 발에 맞는 사이즈 신발을 신고 보면 거인 신발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군 옷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중대 부사관이 미군 고어텍스 야상을 입고 있던 게 기억난다. 우리나라는 방산 비리 등이 많고 군용이라 하며 질이 떨어지고 효율성이 없다는 생각을 보통 가지고 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서의 군인 대우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특별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것이 미군용품이도 자연스레 묻어있다.
미군용품은 성능이나 질이 우수하다. 그리고 무엇 보다 크다. 사람들이 크다. 그래서 미군용 옷들을 수소문해 구입해 입었다. 특이하게 품 사이즈 말고도 기장 사이즈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다가 알게 된 미군 사막화. 고어텍스라는 뛰어나고 유명한 업체의 방수 및 투습이 뛰어난 원단을 사용한다.
그리고 트랜스포머에 출연했던 샤이야 라보프의 밀리터리 패션에 사로잡혀 그 당시는 미군용품에서 옷과 신발을 구입했었다.
그렇게 신게 된 미군 사막화.
오랜만에 신는 군화 특성상 신고 벗을 때 불편했다. 조이고 풀어야 할 곳이 많았다. 제아무리 투습이 잘되어도 일반 운동화보다 잘 될리는 없었다. 그래도 실습수업이 많고 산을 좋아했던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에 군화끈을 꽉 조여매고 집을 나서면 느슨해질 법한 나의 정신상태를 꽉 붙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태해지는 나를 바로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거쳐간 그 질긴 미군 사막화는 세 켤레나 된다. 가끔 군인이냐 특전사 출신이냐 는 등의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끈을 꽉 매는 이 신발이 나 자신을 붙들어 매주는 것 같아서 신어요"라는 농담 같은 나의 진심을 말하고 한다.
지금은 날이 더워져 잠시 신발장에 모셔두었지만 10월쯤 꺼내어 내년 4월까지 또 나의 몽롱한 정신을 꽉 붙들어 매 줄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