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다.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살며 얼마나 많은 부부싸움을 했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신혼 초 서로 생활하던 습관이 익숙지 않아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다던가 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서로를 배려해 바꿔나갔던 습관들도 있고 다름을 차츰 포기 혹은 체념,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싸우며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성격이 싸움을 회피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스타일이다. 이 성격 또한 신혼 초 아내를 많이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 큰소리로 싸우지 않는 계기가 되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부부싸움이라는 것이 우리 집의 경우 보통 나의 사소한 잘못들이나 귀찮음과 게으름으로 인한 집안일의 소홀함, 혹은 말실수들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나의 잘못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쌍방 간에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혼남이나 다그침 정도이다. 나보다 좀 더 성숙한 아내는 내가 별로 꼬투리 잡을 일이 없기도 하다. 게다가 나는 게으르고 놀기를 좋아하고 소비를 좋아하기에 늘상 혼나기 바쁘다.
어제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한 분이 부부싸움 때문에 힘들어하셨다. 평소에도 그런 하소연을 하셨기에 늘상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술자리에 나오기 전 말다툼에 이혼 이야기까지 하고 나오셨다면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셨다.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니 몇 년 전부터 잦은 싸움에 고성이 오가고 이혼 이야기까지 가곤 하셨다 했다.
우리 부부의 싸움에 고성이 오간다면? 이혼이라는 글자의 이 자만이라도 나온다면? 아마 상상도 하기 싫은 어마어마한 일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가정마다 사람마다 싸우는 스타일도 다르고 개개인의 감정 극치도 다르다. 어느 집은 고성이 오가고 험한 말이 오가니 나쁘고, 그렇지 않다고 화목하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 묵묵히 쌓아 썩어가는 것보다 시원하게 내뱉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오랜만에 술 자리에 부부 사이라는 어찌보면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