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자전거 여행, 제주 종주 234km, 1화

1. 그들은 왜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에 갔을까?

by 윤부파파


왜 하필 제주도인가


"그 돈이면 외국여행을 가지!"

"바가지가 너무 심하잖아."

"식비, 숙박비 물가가 너무 비싸."

"중국인이 너무 많아."

"수학여행으로도 다녀왔잖아, 식상해."


불과 10년,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여행지' 하면 제주도를 떠올렸다. 외국여행이 귀했던 시절, 내륙과 떨어진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 때만 하더라도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다녀오는 것이 꿈만 같던 일이라고 했다. 대부분 내륙의 설악산이나 경주 등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그러니 그 당시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부유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호사였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많이 찾게 되었다. 나 역시 2000년대 고등학교를 다니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난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봤다.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수학여행 때 비행기를 처음 타보고 제주도를 처음 방문한 경우였다.


그렇게 국민 관광지 1번지로 자리 잡은 제주도는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를 중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은 가까이 일본이나 동남아는 물론 유럽여행도 선뜻 떠난다. 특히 동남아의 경우 물가가 매우 저렴하기 하고 비행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인기가 좋다. 그런 만큼 제주도는 거리는 가깝지만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자리 잡게 되었다. 한 끼에 기본 1만원이 넘는 식비와 4인 가족 1박에 숙박비가 10만원은 기본, 시설이 좋은 리조트나 호텔을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거기에 항공권, 렌트비까지 더하면 만만치 않은 여행경비가 나온다. 그러니 그 돈 주고 제주도를 가느니 조금만 더 보태서 동남아를 가는 게 낫다는 말들이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왜 나는 작년에도 아이들과 다녀왔던 제주도를 올해 또 가는가?


2018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제주도 자전거길 종주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선두에 서서 오로지 '빨리 한 바퀴를 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보니 주변을 경관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누구보다 빨리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제주의 일주도로'만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 멋지다는 송악산도, 풍차가 돌아가는 해안도로도 가보지 못했다.


작년 겨울에는 아이들과 배낭을 둘러 매고 제주도 여행을 했었다. 렌트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호텔 숙박보다는 텐트를 이용해 야영을 했다. 그러면서 마주한 제주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은 수학여행 때 봤던 관광지 제주의 모습이 아니었다. 관광객의 시선으로 보면 한 두 번의 방문으로 제주의 모든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느린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두 번, 세 번을 가도 제주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만큼 제주는 겹겹이 매력을 품은 '양파 같은 섬'이었다.

거기에 더해 약간의 고집불통의 나의 성격이 더해져, 이번에는 제주도를 온전히 나의 힘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주도의 속살을 내 두 발로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나 자신의 힘으로 제주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왜 하필 자전거인가


렌터카

제주도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렌터카를 이용한다. 공항 주변에는 렌트카 업체가 즐비하다. 공항 셔틀버스를 타면 편하게 렌트카를 이용할 수 있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으며 내가 원하는 먼 곳까지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성수기에는 렌터카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버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2024년 아이들과 제주 배낭여행을 하며 느꼈던 건데, 여행객의 입장에서 제주도 버스는 이용하기 꽤 편리하다. 제주공항이나 제주시 등 주요 환승센터를 연결하는 급행버스, 주요 도심 지역을 연결하는 간선버스 등 여행자가 이용하기 좋다. 더군다나 요즘 초등학생은 무료로 버스를 탑승할 수도 있다.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거나 환승을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요즘 지도 어플을 통해 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어 기다림의 불편함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도보

제주 올레길이 활성화가 되며 제주를 온전히 두 발로 걷는 여행객들이 늘었다. 제주 올레길을 일본에 까지 수출되어 규슈 올레길까지 만들어졌다. 이번 자전거 여행 중에도 올레길을 걷는 도보 여행자들을 제법 많이 만나게 되었다. 제주환상자전거길과 제주 올레길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도보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여행 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여행 방식이다. 무엇보다 제주의 참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자전거

도보 여행과 비슷하지만 더 멀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다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는 점과 자전거 고장에 대비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제주의 속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여행방법이다.

제주시에는 이런 자전거 여행객들을 위한 자전거 대여점이 많다. 자전거 대여 비용은 1일 약 2만원 내외이다. 자전거에 짐을 싣는 페니어 등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를 이용하면 자전거를 직접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종주 일정이 늘수록 대여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본인의 자전거를 제주로 가지고 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고 하나는 배를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비행기를 이용하면 자전거를 수화물로 보내야 한다. 요즘은 약 5만원 내외로 비용을 지불하면 공항에서 자전거를 포장해 주는 업체들도 있다.

배를 이용한 방법은 자전거를 해체나 조립 필요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항구까지 보통 먼 거리를 이용해야 하며 비행기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있다.


우리 가족은 제주까지 항공료, 자전거 포장 비용 혹은 대여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남 고흥에서 우리의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순전히 비용을 아껴보자는 취지였다. 자전거 대여만 하더라도 4인이 7일간 자전거를 빌리게 되면 거의 60만원 가량의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비행기 역시 성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4인 왕복 약 20만원에 선박 탑승권을 예약했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도보로 여행하는 건 무리다. 아마 다시는 제주도에 오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한참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심을 품은 아빠는 결심했다.


"우리의 두 바퀴로 제주를 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자전거 여행지

1. 우리나라 자전거길 그랜드 슬램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자전거 길이 존재한다. 제주의 환상자전거길, 4대강(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자전거길 등이 있다. 이를 인증하는 수첩을 나라에서 발급하고 있고 이 모든 자전거길을 종주하면 그랜드슬램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접하기 좋고 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자전거길 조성이 잘 되어 있다. 4대강 사업이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자전거길에 조성만큼은 참 잘한 일이다.


2.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으로의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고 이제 우리나라를 많이 돌아봤다면, 바로 옆 이웃나라 일본이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렌트카를 운전할 때 운전석이 반대라 걱정했지만, 운전자들의 배려 덕분에 편안하게 운전했던 기억이 있다. 자전거 역시 일본의 자동차 도로에서는 많은 배려를 받는다고 하니 굳이 먼 나라를 가지 않고도 가까운 일본에서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시마나미 카이도라는 섬과 섬을 잇는 멋진 자전거 길도 있고, 업힐은 많지만 풍경 좋은 아소산 라이딩도 즐겨보고 싶다.


3. 자전거에 친숙한 유렵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자전거 친화적인 나라가 많다. 그중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나라답게 어딜 가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복장에 상관없이 아이들을 앞뒤에 태우고 다니며 자전거가 일상이 나라이다. 언젠가 가족과 함께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해보고 싶다.


4. 자전거를 타고 대륙을 넘나들다.

간혹 자전거 여행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유라시아를 횡단하거나 아프리카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남미 끝자락까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언젠가 우리 가족도 '우리만의 속도로' 그 길 위에 서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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