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자전거 여행, 제주 종주 234km, 2화

2. 제주도 자전거 종주를 위한 준비

by 윤부파파


체력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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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의 길이는 234km이다. 보통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오는 분들이 많지만 우리 가족은 '느린 여행'을 지향했기에 7일에 걸쳐 제주도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그러면 하루에 30~40km 정도 주행하면 충분히 종주를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날이 풀리는 5월부터 집 근처 체육공원으로 나들이 겸 훈련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장시간 라이딩이 힘들다. 조금만 달려도 쉬어야 한다. 평속이 10km/h가 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도를 종주할 때는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씩 나누어 타며, 하루 30km 이상을 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어느 날은 집에서 자전거로 30km 이상 떨어진 중국집에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며 아이들을 꼬드겨 다녀오기도 했다. 아직 거리 감각이 없는 아이들과 아내는 흔쾌히 승낙했다. 아이들도 자전거도 타고 짜장면도 먹을 수 있다니 신이 났다. 하지만 30km 거리를 4시간이 넘게 달리다 보니, 더위 속에 온 가족이 진이 빠지고 말았다.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의 팔과 목이 시커멓게 타기도 하고, "이게 훈련이야, 고생이지!"라며 아내의 원망도 들었지만, 이 장거리 라이딩 경험은 제주도 종주를 완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르막 길, 내리막 길 그리고 기어 변속


아이들과 제주 자전거 종주를 준비하면서 일부러 업힐 구간은 피했다. 괜히 힘들기만 하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잃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리막 길에서의 안전사고가 가장 염려되었다. 하지만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은 평지길이 아니다. 물론 해안도로처럼 멋진 풍경과 평평한 길도 많지만, 서귀포 중문단지 부근에는 낙타등처럼 오르내리막이 심한 구간도 있다.

다양한 업힐 구간을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드러운 기어 변속이 중요하다. 고단의 기어로 오르막 길을 오르다 급하게 변속을 하면 변속기에도 무리가 가고, 페달링 리듬이 끊기면서 체력 소모가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에 훈련을 할 때 아이들에게 기어 변속 타이밍과 인도에서 한 줄로 정렬해 주행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익히게 했다. 무엇보다 선두에 서는 사람이 뒷사람들에게 수신호나 구두로 정지나 장애물 등의 요소들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웃기게도 이번 제주도 종주에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 중에 하나는 "정지" 그리고 "턱" 이었다.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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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직접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도에 가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남 고흥의 녹동항까지 자전거를 직접 차에 싣고 가야 했다. 이러한 것들을 평소에 염두해 우리 가족의 자전거는 모두 접이식 미니벨로로 준비해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한 대에 자전거 4대와 9박 10일 간의 짐을 모두 싣기 위해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짐 줄이기' 작전이 필요했다.

아이들 자전거에는 가방을 달지 않았다. 성인용보다 내구성이나 성능이 다소 떨어지기에 짐까지 부담시킬 수는 없었다. 아내 자전거 앞에 M사이즈의 프런트 백을 달았고, 나의 자전거에는 L사이즈의 프런트 백과 뒤 짐받이에 30L 배낭을 장착했다.

자전거에 짐을 장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가방을 자전거 본체에 장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카고 트레일러(짐수레)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자전거 여행 목적과 이동 거리, 지형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필수로 챙겨야 할 품목>

펑크 났을 때를 대비한 튜브, 간단한 수리에 필요한 공구, 자전거 벨, 안전모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면 펑크가 빈번히 발생한다. 물론 펑크패치를 붙여 구멍을 막는 수리 방법도 있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튜브를 통째로 교체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또한 계속되는 진동으로 자전거 각 부분의 볼트와 너트가 풀릴 수 있으므로 간단한 수리를 위한 육각렌치 등의 수리 공구를 챙겨야 한다.

안전모는 무엇보다 필수 항목이다. 운전할 때 안전벨트를 하듯 자전거를 탈 때는 꼭 안전모를 장착해야 한다. 또한 자전거 벨 역시 자전거 종주 시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경고할 때 꼭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지나갈게요."라고 말해야 한다. 종주 길에 사람들이 제법 많다.


<자전거 여행에 도움이 되는 품목> : 야광 밴드, 핸드폰 거치대, 장갑, 토시, 안면 마스크, 긴바지, 샌들


아이들에게 야광의 엑스밴드를 하게 했는데,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무엇보다 비 오는 날이나 어두울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제주도 종주길은 간간히 자동차 도로를 가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운전자가 인식하기 쉬운 야광 밴드는 안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핸드폰 거치대도 유용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지도 앱을 켜고 가야 할 길을 확인하며 갈 수 있어서 좋지만 라이딩 중 핸드폰을 조작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위엄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장갑과 토시, 안면 마스크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그리고 페달 등에 다리가 긁히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반바지 보다 긴바지가 좋다. 단, 바지 밑단을 단단히 고정해 기어에 끼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운동화보다는 샌들이 우천 시를 대비해 더 유리하다. 다만 크록스처럼 헐거운 슬리퍼는 피해야 한다.



종주수첩이라는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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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자전거 종주를 준비하며 무엇보다 먼저 구입을 한 것이 바로 "자전거 종주수첩"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종주 완주의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바로 종주수첩에 스탬프를 찍는 즐거움이었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에는 10군데의 인증장소가 있다. 용두암을 시작으로 함덕해수욕장까지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완주 스티커(은색)를 붙여주고 완주 번호도 부여받게 된다.


예전에 아이들과 지리산 종주를 할 때도 종주 수첩이 큰 힘을 발휘했다. 단순하게 "제주도 한 바퀴 돌 거야."라는 말 보다, 눈에 보이는 목표와 성취가 있는 활동이 훨씬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다. 그런 점에서 종주 수첩 스탬프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의 '당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증센터마다 스탬프의 상태가 달라 찍힌 모양에 따라 울고 웃기도 했던 아이들이다. 한 번은 "꾹 눌러야 선명하게 찍힌다."라며 알려줬더니 하필 잉크가 많이 묻어 있어 둘째의 원망 섞인 짜증도 들어야 했다. 그만큼 아이들은 스탬프 모으는 일에 진심이었다.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 종주를 마치고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완주 스티커를 받자, 아이들은 금세 또 다른 완주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며 난리였다.

"국토종주 가자!"

"4대 강은 언제 갈 거야?"

"그랜드 슬램하면 메달 준데!"


벌써 아이들은 수첩에 스탬프 모을 일에 기대가 차 있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엄마 아빠는 당혹스러웠지만, 이 여세를 몰아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국토종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보자는 가족의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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