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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FP 남편과 ISTJ 아내

같은 시점 다른 생각

by 윤부파파

아내와 난 참 다르다. 가끔 다름으로 인해 충돌도 있지만 아직까지 살며 큰 부부싸움 해보지 않았다고 나 혼자만 생각하고 있다.


주말 아침, 토요일

아이들이 우리 부부를 먼저 깨운다.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 없어 아내가 고민하는 눈치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1. 바로 코레일 앱을 켜서 기차표 가능 예매를 확인한다.

2. 주변 5일장 하는 장터가 있는지 찾아본다.

3. 날씨 체크 후 인근 산행지나 놀이터, 공원 등을 알아본다. 물론 가까이에 있는 자주 흔히 갈 수 있는 곳 말고...


처음 아내는 이런 나의 솔깃한 제안에 자주 넘어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젠 "자기야 우리 기차~" 얘기를 꺼내면 바로 "고만해라 쫌!" 하며 바로 차단한다.


운동

나는 등산, 러닝, 수영과 같은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진정한 운동이며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내는 요가나 명상 같은 걸 좋아한다.


추위와 더위

아내는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특히 겨울과 여름엔 같은 이불을 덮고 잘 수가 없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난 중간에 깨어 거실로 나와 잠을 잔다. 그럼 새벽녘 아내는 슬며시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간다.


개미와 배짱이

나는 젊을 때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 어떠한 일을 30대 때 하는 것과 50대 때 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록 돈을 적게 모을지라도 젊음이라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지금 고생하고 부족하더라고 나중을 위해 아끼고 희생하는 편이다.

차를 사고 싶다고 하면 돈 많이 불려 50, 60이 되면 멋진 차를 사주겠다고 하는 아내다. 하지만 난 속으로 생각한다. '그런 멋진 차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몰아보고 싶다고...'


방학

방학은 나에게 아주아주 특별한 날이다. 방학이 오기 2, 3개월 전부터 작당모의에 들어간다. 바다를 갈까? 산을 갈까? 어디 가야 좋을까? 외국에 나가볼까? 평소 캠핑을 즐기는 나는 컴퓨터에 엑셀 파일로 캠핑 예약 현황을 정리한다. 방학 때가 되면 플랜 B, 플랜 C 까지 예약을 해 표시해 둔다. 비가 오고 태풍이 올 수도 있으니 거의 모든 주마다 캠핑 예약을 해둔다. 그러다가...

아내가 "우리 다음 주에 바다 갈까?" 하면 "그래 가자 장호항 예약해 놨지~" 하면 칭찬을 받는다. 그렇지만 이것저것 예약 해놓는다고 혼날 때가 더 많다.


가성비 vs 가심비

물건을 살 때, 여행을 계획할 때, 어느 모든 인생의 선택 기로에 섰을 때 판단의 기준. 난 가심비를 아내는 가성비가 기준이 된다.


양가부모님과 여행

장모님과 어머니과 함께 매년 한 번씩 가족여행을 간다. 나는 가족들이 많고 북적북적거리는 게 좋다. 아내는 조금 불편할 수 있겠지만... 모르겠다. 부모님들도 다 좋아하시고 일 년에 한 번뿐인데... 두 분 다 홀로 사신지 오래되셔서 그럴까 가끔 만나시면 처녀처럼 히히 호호 하하 죽이 잘 맞으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다.


온전한 가족의 겨울방학을 대하는 자세

엄마, 아빠, 첫째, 둘째가 모두 함께 하는 온전한 방학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다. 아내는 일주일 동네 도서관 투어를 계획하지만...

나는 국립공원 대피소 여행이나 새로 신설된 동대구-강릉 기차노선의 여행 거리를 찾는다. 아내가 미끼를 물 수 있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참신한 여행 계획을 수없이 짜낸다.



가끔 다름으로 인해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자석의 N극과 N극은 서로 밀어내고 멀어지지 않는가, N극과 S극은 비록 서로 다르지만 서로 끌어당기고 가까워져 결국 찰싹 다정하게 달라붙지 않는가.


ENFP 남편과 ISTJ 아내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끌어당기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다. 서로의 모난 부분을 부드럽게 매만져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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