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왔어~."
"엄마. 나 오늘 급식에 돈가스 나왔어."
"엄마, 받아쓰기 봤는데 90점 맞았어."
"엄마, 이건 뭐야?"
"엄마, 색종이 갖고 놀아도 돼?"
"엄마, 닌텐도 해도 돼?"
아이의 종알거림이 이어진다. 학교에 다녀오는 동안 나한테 해 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5분 간격으로 '엄마!'를 불러대는 아이 덕에 하고 싶었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한다.
내공이 부족한 내가 5분 간격으로 아이의 말에 대답해주면서 집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숨을 푹 내쉬며 마음을 정리하는데, 아이가 나를 향해 다시 '엄마~'하고 외친다. 후유.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 매일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날들이 쏜살같이 사라진다.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쪼갠 시간에 글을 쓰고. 그렇게 저녁을 챙기고 나면 벌써 밖은 캄캄해지고 잘 시간이다.
종일 나를 열심히 찾아대던 녀석이 잠드는 시간. 아이 옆에 누워 눈을 본다. 맑은 눈이다. 등을 조용히 토닥인다. 자기 싫다는 듯 투덜거리면서도 감기는 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채 5분도 못 버티고 잠이 드는 아이. 이럴 때 정말 신기하다. 벌써 잠들었나 싶어 아이를 슬쩍 건드려 보기도 하지만 깨지 않는다. 그 많던 에너지가 어느새 소진되었다는 듯.
잠든 아이를 내 품에 꼭 안아본다. 한 팔에 쏘옥 들어오는 녀석. 아이의 얼굴도 꼼꼼히 살핀다. 머리도 쓰다듬어 보고, 눈썹도 만져본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좋다. 작은 손도 슬쩍 만져보고, 발은 얼마나 컸을까 재어 보기도 한다. 나만 보면 생긋 웃어주고, 갖은 애교로 나를 녹이는 요, 요 녀석.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숨소리만 방 안에 가득하다. 아이의 코 끝으로 나오는 들숨날숨을 조용히 본다. 아주 옅게 느껴지는 아이의 '숨'향기. 풋풋한 초록색 사과 같다. 어느 날은 봄날 바람에 실려오는 새싹의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숨 향기를 맡으면 평온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던 순간이 그 시간만큼은 천천히, 천천히 흘러간다. 온전히 행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