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6)

마음 비우기

by 모니카

어느 날, 선배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술을 못하는 제가 선배와 '건배'만을 해주며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죠. 선배 역시 제가 술을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알고 있다고 믿었나 봅니다. 몇 잔의 술에 취한 선배가 뜬금없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야. 너는 술 잘 먹게 생겨서. 왜 그렇게 내숭을 떠냐. 그냥 마셔."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진짜 못 마시는데요. 아시잖아요."

"내숭이잖아. 못 마시는 척하는 거잖아. 마시다 보면 다 마시는 거지."


술도 마시다 보면 는다는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저도 작정하고 술을 마신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탈이 나더군요. 몇 개월을 술을 마셔보겠다며 노력하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선배 눈에는 그게 내숭처럼 보였나 봅니다.


취중진담 이후, 선배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내숭 떠는 후배가 싫다는 걸 아주 팍팍 티 내더라고요. 처음에는 미워하는 선배에게 잘 보이려 노력도 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데 좋게 지내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저의 미숙한 판단 덕분이었죠. 선배가 좋아하는 술자리에도 빠짐없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내숭 떠는 얘들은 싫어.'더군요.


선배는 같이 일하는 동안 한결 같았습니다. 한 공간에서 저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건 굉장히 불편한 일이더군요.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때로는 '내가 정말 내숭을 떠나?'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퇴사하는 그 날까지도 선배의 미움은 이어졌습니다.


상대방의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한 선배의 옳지 못한 행동에 저는 왜 그렇게 전전긍긍했을까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픈 제 마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좋은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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