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5)

아플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by 모니카

낮동안 한껏 여름이던 날씨가 해가 떨어지면서 급격하게 봄으로 바뀝니다. 얇은 옷을 입고 나왔다가 쌀쌀한 날씨에 목덜미를 잡힙니다. 방심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까요? 집요하게 파고드는 찬바람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잠깐이라 생각한 그 순간에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감기의 시작입니다.


저는 아플 때 가장 먼저, 많이 떠오르는 사람이 '엄마'입니다.


엄마가 지금보다는 좀 더 젊었고, 저도 조금 더 어릴 때였습니다. 저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방 안에 틀어박혀 끙끙거렸죠. 비상약을 먹고 누웠는데도 관절들이 온통 아우성이었습니다. 잠을 자려고 해도 관절의 통증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엄마는 방문을 수시로 열어 제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안 되겠는지 한 마디 툭 던지시더군요.


"주물러 주랴?"

"응."


침대 옆에 앉은 채 말없이 다 큰 딸의 다리를 주물러 줍니다.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마사지를 해주니 관절들의 아우성이 한결 조용해집니다.


"이제 괜찮아."

"자. 좀 더 해줄 테니까."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엄마가 방 안에서 언제 나갔는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안마를 해주면서 잠이 들었고, 잠이 깼을 땐 아픈 몸이 한결 편안했습니다.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납니다. 방 문을 열자마자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 묻습니다.


"뭐 먹을래?"

"내가 챙겨 먹을게."

"죽 있어."


가스레인지 불부터 켜는 엄마는 후다닥 냉장고를 열고 반찬을 몇 가지 꺼냅니다. 식탁에 앉은 저는 손 하나 까딱 안 합니다. 흰 죽과 간장이 제 앞에 놓입니다. 퉁퉁 불은 밥알을 보니 꽤 오래 끓인 듯합니다.


제가 아플 때면 엄마는 늘 옆에 있었습니다. 아이였을 때도, 성인 되어서도 말이죠. 솔직히 애 엄마가 된 지금도 아프면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집니다. 당연히 받아주시겠죠. 그래서 늘 죄송하고 늘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짧은 생각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