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미학

by 모니카

이 집으로 이사를 온 건 어언 7년 전 일이다. 조금 살다 이동을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무거운 엉덩이 때문인지 여전히 이 집이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눈 감고도 물건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함이 완연하게 무르익은 덕분인지, 곳곳에 7년의 흔적이다. 오늘은 안방을 정리하고, 내일은 아이들 방을 정리하고, 그다음 날은 주방을 정리해 보아도 원하는 만큼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덕분에 인테리어와 관련된 정보들을 무진장 찾아보았다. 가구 위치만 바꿔도 새로운 집 같다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옮길까? 저렇게 해볼까. 늘 그렇지만 가구는,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보다 직접 해봐야 보인다.


어릴 적, 학교에 다녀오면 집 가구가 이쪽저쪽으로 옮겨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장롱이 이쪽 벽에 있었는데, 반대편으로 옮겨져 있다던지. 서랍이 안방에 있었는데, 작은방으로 이동했다던지. 무거운 걸 엄마 혼자 옮겼다는 생각보다, 왜 자꾸 가구를 옮기고 파스를 붙이는지 궁금했다. 그래봐야 비슷해 보이는데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살아보니 왜 그렇게 가구를 옮겨야만 했는지, 이해가 된다. 늘 비슷한 공간이 주는 익숙함은 지루해진다는 걸 말이다.


작년부터 줄곧 이사를 해야 하나, 가구를 옮겨야 하나 고민했다. 새로운 집에서 새롭게 살아보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금리와 경제상황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남편과 상의 후, 집 전체 공간컨설팅을 받아보기로 했다. 서로의 방을 바꾸고, 가구 위치도 바꿔주면서 온 집안을 탈탈 털어 정리해 보기로.


꽤 큰 금액의 지출이 필요했지만, 혼자 하는 것보다 나을 듯했다. 늘 봐서 익숙한 나보다 새롭고, 프로페셔널한 눈으로 우리 집을 보는 건 다를 거란 기대도 컸다. 아침 9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직원들과의 인사를 나누자마자 작업은 시작되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보아하니, 한두 번 해 온 솜씨가 아니었다. 각자의 영역을 나누고, 영역별로 들어가 있는 물건들을 꺼내는 것이 1차 업무였다.


"사모님."

"사모님."


이때부터는 나를 불러대는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배출할 물건과 나눔 할 물건, 보관해야 할 물건을 정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이방 저 방을 둘러보며, 우리 가족의 동선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빠르게 정리되는 집을 보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특히나 드레스룸 변화는 가장 천천히 보이기 시작했지만, 가장 드라마틱했다.


지금껏 꽤나 정리를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역시 프로들의 손놀림은 달랐다. 아까워서, 새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던 것들에 냉혹해질 수 있었던 것도 괜찮았다. 덕분에 미니멀리즘이라고 자부하던 우리 집에서 무려 50리터 쓰레기봉투를 5개나 채우고도 모자란 쓰레기가 배출되었다는 사실. 어디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숨어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각자 공간의 존중이 필요했던 이번 공간컨설팅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안방은 안방으로써 다시 거듭났고, 아이들 방은 각자의 방대로 다시 태어났다. 덕분에 두 아이는 컨설팅이 끝난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각자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중이다. (이런 건 단점인 건가?) 나 역시 안방으로 옮겨진 책상 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에게 정리의 미학은 새로운 행복임이 분명한 듯싶다.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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