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이 나를 살렸다.

by 모니카

지난달부터 집에 생화를 두기로 했다. 돈이 아까워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이제나 저제나 미뤄두기에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예쁜 걸 예쁜 걸로만 즐겨보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배송해 주는 곳을 찾았다. 일주일 한 번, 매번 다른 색의 꽃이 도착한다.


포장되어 온 그대로 화병으로만 옮겨 놓았는데, 집에 생기가 돌고, 활력이 생기는 듯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와중이었는데, 꽃이라도 있어 위로가 되는 기분이랄까. 가만히 있다가도 꽃을 보게 되고, 괜히 사진도 찍으며 생화의 시간인 일주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좋다. 그렇게 매주 도착하는 생화배달을 기다리게 되었고, 몇 번의 생화를 맞이한 후 욕심이 생겼다.


좀 더 예쁘게 즐길 순 없을까.


수없이 검색하고, 검색하고. 인테리어 플랫폼에 들어가 참고도 해가며 내가 생각하는 좀 더 예쁨은 무엇인지 찾았다. 똥손 중의 똥손이기에 금손들이 만들어내는 셀프에는 자신이 없었다. 결국, 돈을 투자해 그럴듯한 화병을 사는 것이 최선의 목적값이겠다 생각했다.


배송까지 3일. 빡세게 포장된 박스를 열면서 내내, 생화의 아름다움을 좀 더 폼나게 해 줄 화병에 대한 기대치가 솟구쳤다. 그리고 화병을 마주하며, 이래서 사람들이 돈이 좋다 하는구나...싶었다. 꽃값은 최소로 잡았으면서 화병에 그 돈을 들였다 하면 미쳤다 할 게 뻔하다. 할 말 없다. 나도 미친 거 같으니까.


그럼에도 새로운 화병에 꽃을 꽂으며 느꼈던 만족감은 최근 들어 가장 컸다. 좀 더 예쁨이, 멋져 보이는 마법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말 그대로 있어 보였다. 고급지고, 아름답고. 더불어 꽃꽂이라고는 1도 모르는 내가 꽃을 꽂았는데, 그럴싸하다. 똥손이었는데, 분명 똥손인데 화병이 나를 금손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은. 화병이 돈 값을 제대로 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지난주부터 화병은 한 시도 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생화를 살리고, 집 분위기를 살려주며, 나의 똥손을 제대로 숨겨주는 중이다. 생화를 즐기고픈 마음에 비싼 화병까지 사들였지만 후회하지 않는 소비였다. 이제 우리 집에는 생화가 피어있는 날이 많을 테고, 때마다 비싼 화병이 최선을 다해 돈 값하게 만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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