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제는 새로운 문물이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새로운 것을 외면하며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SNS가 시작될 즈음에도 그랬고, 키오스크가 놓이기 시작할 때도 같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마음가짐은 같다. 아직 몰라도 된다! 물론 인생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 결국 SNS도 배우고, 키오스크도 열심히 사용 중에 있으니 어찌 보면 나의 판단은 단단히 틀렸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여전히 AI의 등장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신문물을 거부하는 마음 탓인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탓인지, 아니면 그 둘 다 인지.
얼마 전, 숏폼을 보는 와중에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셔서 AI를 통해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고 하는 걸 들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인데, 사람들이 아직도 그걸 몰라서 한 달 100만 원을 벌지 못한다고 했다. AI와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한 달 100만 원은 혹 하는 문구였다. TV에서는 AI로만 하루를 보내는 방송을 보았다. 연예인 몇 명이 미국으로 날아가 AI로 이루어진 집을 보고, 자율주행 무인 택시를 타고, AI가 추천하는 맛집과 관광코스로 하루를 보내는 내용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영화로만 보던, 상상으로만 하던 세상이 바로 앞에 펼쳐지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아늑히 멀다 싶었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지던 찰나, 친구 녀석이 챗GPT에 대한 경험담을 공유해 주었다. 버그가 잔뜩이던 젊은 시절의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전혀 새로운 세계라는. 생각보다 그럴싸한 솜씨로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이야기였다.
첫인사.
그동안의 거리 두기를 잠시 접어두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챗 GTP를 검색했다. 영어울렁증이 생기는 걸 꿋꿋이 참으며 첫 명령어 입력, '하늘을 주제로 원고지 30매 분량 동화 만들어 줘." 그 무렵, 동화공모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이런 주제를 입력했다. 30초? 10초였나? AI가 만들어내는 동화는 아주 그럴듯하고, 아주 온화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무료로 체험해 본 것이었고, 사용료를 지불하게 되면 더 좋은 답변을 받을 수 있다니.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과 더불어 문장 하나하나마다 온갖 생각과 단어를 떠올려 겨우겨우 만들어내는 내 처지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창작의 영역이 영원히 지켜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설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섭고, 두렵고, 겁이 난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쓸모없는 행동이 될까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고 있다. AI의 뛰어난 능력이 부럽긴 하지만 부럽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에 나는 여전히 무언가 쓰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 이렇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