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안방 화장실 비데가 말썽이다. 이사 올 때도 비데 본체와 리모컨 간 소통이 되지 않았고, 비데인데, 비데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A/S를 두어 번 받아, 리모컨을 고쳤다. 기사님 방문 이후 비데의 움직임도 수월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재고장이 나 버렸다.
결국 내 집 아닌 곳에 더 이상 돈 들이지 말자 싶어,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나마 물 내림 리모컨은 되니, 비데 없는 변기로만 사용하자 싶었다. (안방 변기의 경우, 변기와 비데가 일체형이라 시중에 파는 비데는 설치 불가능하다.)
그렇게 몇 년을 조심스레 사용하던 비데의 리모컨과 본체 간 소통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그나마 되던 물 내림 버튼마저 고장 났다. 리모컨 배터리를 갈아보고, 비데 전원도 꺼보고. 등등의 행동을 취해보았지만 영 반응이 없다.
'비데가 고장 나서요.'
돈 들이기 싫어 버티고 버티다 결국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14년 차에 접어든 아파트. 그 아파트가 들어설 때, 옵션으로 이 비데도 앉혔다 들었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이 벌써 몇 년 지났으니, 이 즈음이면 제 할 도리는 다한 셈이다. 그러니 돈 달라 아우성치는 걸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젠장이다.
'비용은 얼마나 나올까요?'
'내부 부품만 교체하시면 18만 원 정도 나오시는데요. 제품이 오래돼서 저희가 이번에 이벤트로 제품 전체를 교체하는데 45만 원에 해드리고 있거든요.'
'45만 원이요?!'
몇 만 원일 거라 예상했던 수리비가 예상치 못하게 십만 원대를 넘기더니, 45만 원까지 넘본다. 당장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니 좀 더 버틸까? 지난번 알아봤을 때는 전체 교체비용이 70만 원이었는데, 45만 원으로 다운되었으니 이 참에 전체 교체를 진행할까?
'생각 좀 해보고 연락, 다시 드릴게요.'
'네. 그러세요. 문자로 자세한 내용 보내드릴게요.'
고 잠깐 사이에 이렇듯 갈팡질팡한다. 수리를 한다 해도 노후된 비데는 또다시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담당 기사의 문자를 보고 나니 더 오락가락이다. 남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 아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 친정언니한테 전화를 해볼까? 비데 하나를 고치는데, 별의별 갈팡질팡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고, 어떤 게 돈을 덜 이는 것인지. 전체 교체 비용이 30만 원 정도였다면, 두 번 생각 안 하고 바로 교체를 결정했을 수도 있고. 수리비가 십만 원 미만이었다면 수리하는 것으로 당연히 결정했을 테다.
-어찌해야 할까.
세월을 피할 수 없다더니. 노후된 기기들의 빈번한 고장에 또 한 번 세월을 노려본다.
오늘은 비데로 시작된 갈팡질팡이었고, 어제는 산책을 나갈까 말까 하는 갈팡질팡을 겪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꽤 많은 갈팡질팡이 나에게 찾아온다. 생각이 많고, 고민도 많으니 횟수도 잦아진다. 어느 때는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고 싶어 기어코 전화를 걸기도 한다. 그들의 의견을 참고하겠다면서.
돌아보건대, 나는 꽤 많은 갈팡질팡의 순간에 나를 의심하며 걱정했다. 내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어 걱정이 두려움으로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누군가 나와 같은 선택을 하고, 내 선택을 지지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의심하게 되는. 결코 좋지 않은 패턴의 반복이랄까.
비데는 전체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품만 바꿔야 할 일에, 괜히 더 큰돈을 쓰는 건 아닌가 결정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의심의 무한반복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선택을 바꾸고픈 마음은 없다. 자신은 없지만, 살림하는 입장으로 나의 결정이 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쓴 결과로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