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좋으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건물로 들어간다.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들고, 한 손에는 문구류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이 들려있다.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지만 그 건물은 한 번도 올 일이 없던 낯선 건물이었다. 낯선 건물, 낯선 복도, 낯선 공기를 느끼며 조심스레 건물로 들어가는 그녀는 오랜만에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그녀의 목소리다.
“아,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주눅 든 그녀의 목소리를 눈치챘을까. 그녀에게 인사하는 목소리는 한결 부드럽고, 편안했다. 낯섦을 버리고 자유롭게 다녀도 된다는 듯. 그녀는 목소리의 주인공과 눈인사를 마치고, 미리 알아두었던 자신의 자리로 향한다. 한 평 남짓한 공간, 그녀는 잠깐 멈춰서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곳을 바라본다.
특별할 것 없는 공간. 베이지색의 칸막이가 사방을 막고 있고 넓은 창이 있지만 뷰는 가질 수 없는 자리. 평범한 회사의 사무실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그런데도 그녀의 눈은 주책없이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그게 뭐라고......
지난 13년, 그녀에게는 이렇다 할 그녀만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그녀만의 공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어 방문을 닫아 봐도 단 5분이면 '엄마'를 찾는 아이들로 문은 활짝 열렸다. 그렇게 찾고 찾은 공간은 차 안. 컴컴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혼자 있거나, 동네 한 바퀴 정도의 드라이브가 그녀가 가질 수 있는 공간의 전부였다. 여유롭게 책을 읽거나, 그렇게 하고 싶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은 그녀에게 사치였다.
천재적 능력으로 공간 따위를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이 그녀에겐 없었다. 언제든 문을 열 수 있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럴 때마다 그녀의 집중력은 모래성이 무너지듯 쉽게 무너졌다. 그렇게 될수록 쌓여가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지만, 누구나 그럴 거라 생각하며 참고 견디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13년을 무심히, 아무렇지 않은 척 해왔던 그녀에게 시간과 장소가 허락되었고, 그게 바로 오늘. 이 한 평 남짓의 책상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던 공간이었다.
‘오롯이...... 오롯이...... 좋다.’
촉촉이 젖어있던 눈 밑으로 그녀의 입술이 살며시 미소 짓기 시작한다.
온전히 그녀만이 쓸 수 있는 그 공간 안에서 만들어질 그녀의 미래에, 그녀의 꿈에, 온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