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by 모니카

설거지를 다 끝내고 물기 있는 손을 털다 주방 모서리에 부딪힌다. 순간, 찌릿하는 전기가 번개처럼 어깨까지 올라온다.


"윽."


왼쪽 팔을 휘감은 말 못 할 고통으로 모든 것이 일시정지된다. 제각각으로 움직이던 신경들마저 온통 왼쪽 팔 상태에만 집중한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멀쩡한 오른손이 나서 주물러 보지만 고통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는다.


왼쪽 팔을 집어삼킨 이 고통은 4개월 전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몸 뒤에 있는 물건을 집으면서 팔을 꺾어야만 살짝 아파오는 정도였다. 기지개를 켜거나 방금처럼 무언가에 부딪혔을 때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왼쪽 팔을 바닥에 깔고 잘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심지어는 가만히 있어도 왼쪽 팔이 욱신거리는 통증이 찾아왔다.


진료 경험이 풍부한 의사 선생님은 내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한마디 툭, 던진다.


"오십견이라고 들어보셨죠. 그런 겁니다."

"오십견이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되묻자,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네. 어깨에 염증이 생겨서 그러는 거예요."

"하."


'오. 십. 견.'이라는 말이 귀에 박힌다. 내 몸에 세월이 쌓이고, 쌓인 세월만큼 쓴 내 몸의 어딘가가 하나둘씩 고장 나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게 참 씁쓸하다. 스트레스나 술, 담배 같은 병의 원인들은 처치하려면 처치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건 내가 처치하려 해도 처치할 수 없는 너무나 강력한 병의 원인이랄까.


"일단 오늘 주사 놔드리고, 약 드릴게요. 꾸준히 스트레칭도 해주셔야 합니다."


나의 오묘한 표정을 읽었는지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아주 재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어깨에 주사 한 방을 맞고, 그대로 접수처로 가 진료비를 계산했다. 받아 든 처방전을 들고 터덜터덜 약국으로. 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향한 그날, 나는 세월에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래서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속담이 생겨난 것일 테다.


며칠을 밤새워도 멀쩡하던 체력은 이제 찾아볼 수 없고, 무엇이든 해보겠다던 뜨거운 열정은 많이 식었다. 주변에서는 노안이 찾아왔다고 얘기하고, 흰머리 염색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쏟아낸다. 내내 건강할 것 같았던 동년배들의 아프다는 소식들. '귀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자주 하는 단톡방의 친구들.


안타깝지만 쏜살같이 가는 세월을 막을 방법은 없다. 혹여 노화를 막을 수 있을 기막힌 과학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세월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세월에 나는 왼팔을 제대로 잡혀버렸다. 안타깝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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