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꿈
"어디로 여행 가? 또 속초야?"
"응. 또 속초 가."
내 주변의 지인들은 모두 다 안다. 내가 주로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속초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결혼 후, 육아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나다니는 게 일상이었던 나에게 육아는 단단한 족쇄였다.
뜻대로 시간을 쓰지 못하고, 뜻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니 답답함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왔다.
그렇게 신랑이 쉬는 날을 기다려 나는 외쳤다.
"신랑, 나 여행 좀 다녀올게."
신랑은 나의 외침에 두 번 묻지도 않고, '다녀와' 했다.
아이가 먹을 하루치의 분유를 챙겨두고, 신랑에게 갖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그래도 엄마인지라 전달은 하면서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가 복잡하다.
신랑의 육아는 믿어도 될까?
아이를 아빠랑만 두기에 너무 어린것은 아닐까?
내가 없는 사이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어떻게 하지?
모든 것은 기우였다.
아빠는 아주 충실히 정성스럽게 아이를 돌봤고,
아이는 엄마를 찾지 않고 생글생글 잘 웃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아주었다.
나의 목적지는 속. 초.
속초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혼자라는 게 그저 좋았다.
휴대전화를 놓지 못하던 나의 불안함은 점점 사라졌다.
아기띠가 없는 외출이라니, 분유 가방을 들지 않은 외출이라니.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그야말로 쇼생크 탈출의 'Freedom!!!'이었다.
20대, 꿈을 꾸던 나에게 속초는 그 첫발을 내딛게 해 준 도시였다.
바다 옆에 살고 싶다는 나의 로망과
작가로서 일하고 싶다는 꿈,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삼박자가 고르고 자연스럽게 이뤄진 곳이었다.
설렘 반, 걱정 반을 적절히 써가며 도착한 나의 새로운 정착지는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여행으로 한 두 번 온 것이 고작이었지만 속초에 오랫동안 살았던 느낌이었달까.
일하는 것도 사는 것도 나와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나의 20대가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는 곳.
돌을 씹어먹진 못해도,
앞에 있는 돌 따위는 두렵지 않다 도전하던 그때.
그때의 에너지가 너무너무 그리웠다.
그렇기에..
30대 중반, 엄마가 되어 가는 속초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설렜다.
그 여행을 시작으로 나는 종종, 자주 속초를 찾는다.
그리움으로 시작한 여행은 이제 나를 반성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꿈 따위는 내팽개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20대의 나는 뭐라고 할까?
"야,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 거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