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번째 브런치에서 날아오는 '띵동.'을 듣는다.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출간의 기회는 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꿈처럼, 마법처럼 찾아옵니다.>
<작가님의 글이 보고 싶습니다.>
<돌연 작가님이 사라졌습니다.>
띵동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매번 노트북을 켜고 고민을 했다. 무엇을 써야 할까. 그나마 다행인 건 때마다 쓰고 싶은 주제는 있다는 거다. 어떨 때는 주제 가운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새롭다 생각되어지는 것들도 있었다. 물론 내놓지 않았으니 진정 새로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뿌듯해진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른 채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멋있게. 멋있어 보이려고. 멋있는 척하면서.
첫 문장부터 술술 풀리는 것이 아무래도 내가 천재인가 보다 싶어 한껏 부풀어 오른 기분이 두둥실 하늘을 향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첫 줄을 쉽게, 두 번째 줄도 쉬..ㅂ게. 세 번째 줄은 수...ㅣ......ㅂ게. 나름 날렵하게 자판을 두드리며 세 번째 줄을 넘겼는데 네 번째 줄에서 자판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로 깔딱 고개를 넘어가는 등산객이 따로 없을 정도다. 쓰고 지우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다행스럽게 네 번째 줄 패스!
하, 여기서부터가 진짜였다. 현저하게 줄어든 자판소리가 어느새 멈췄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정적과 비례해 다섯 번째 줄은 아주 깨끗한, 아주 선명한 여백으로 커서만 깜빡거리고 있다.
고작 다섯 줄을 채우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나의 자판. 아니 나의 글에 두둥실 떠올랐던 기분이 슬며시 바닥으로 내려온다. 떠올랐던 것 자체가 굉장히 부끄러울 것이다. 첫 줄이 기, 둘째 줄이 승, 셋째 줄이 전, 넷째 줄이 결이 아니고서야 이런 무자비한 여백이 생겨날 리 없다. 브런치에서 '작가'도 아니고 '작가님'이라 존중하며 내 글을 기다린다는 데, 다섯 번째 줄부터 막히고 있음을 어찌 말해야 할까.
이미 기분이며 마음이 쪼그라든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일단 주제를 상기해보고, 풀어가려 했던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본다. 다시, 첫 문장부터 여백을 채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백스페이스 키를 연신 눌러대며 이 단어를 넣어보고, 저것을 빼보고, 머릿속 문장을 마구잡이로 이어 본다. 다시 첫 문장...다시 첫 문장...도돌이표가 몇 번을 반복한다. 그래 봤자 이미 완성된 네 줄을 수정하는 정도라는 게 치명적이다.
정식 만찬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었는데 애피타이저도 나오다 마는 꼴이다. 절로 꺾어지려는 목덜미를 추스르며. '갑자기 생각하려니 어렵지.'라던지 '좀 더 생각한 후에 시작하면 다를 거야.'등등의 갖가지 핑계로 위안을 삼는다. 엉덩이의 힘으로 일단 버텨보자 해 본 적도 있다. 하다 보면 이어진다. 일단 되든 안 되든 노트북 앞에 있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짓거리를 노력이라 생각하며, 해 봤지만 글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패턴이 수없이 반복되자 의심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할 수 있을까? 할 수나 있는 건가? 했던 경험이 있었던 건가? 이미 녹슬었나? 포기해야 하나? 솔직히 한 편으로는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글이라는 게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기에 내가 잘하고 있는지 여부를 도통 알 방법이 없어서.
그래서 가끔은 나를 추켜세우려고 대회에 나가보기도 한다. 얼마 전에도 내 자존감을 위해 도전해봤다. 결과야 지금 쓰고 있는 주제만 봐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생략! 생각해보건대 글의 절대자가 나타나 내가 최고이고, 너의 글은 충분히 빛난다 칭찬해준다고 해도 나는 다섯 번째 줄에서 여전히 여백의 미를 자랑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쓰다 보니 다섯 번째 줄이 채워진 이 글 앞에서도 별의별 생각을 한다. 내 글에 대한 의심은 여전하고, 의심을 풀 수 있는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쉽지 않고. 이 글 역시 꽤 많은 시간을 공들이고 있는 중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받고 있는 무진장한 스트레스를 쉽게 놓아버리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