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다이어리

by 모니카

오늘 프랜차이즈 카페에 갔다가 다이어리 한 권을 구입했다. 정확히는 카페 전용 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하니 공짜로 다이어리를 받은 것이다. 다이어리에 쌓인 비닐을 벗겨내고 내부를 보니, 내가 딱 쓰기 좋은 스타일이어서 아무래도 2023년에는 이 다이어리를 줄곧 들고 다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럼과 동시에 고작 2장밖에 남지 않은 않은 2022년의 달력 때문에 씁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작년 말,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일상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더랬다. 주 계획은 그동안 놓고 있던 글을 다시 써보는 것.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던 끝에 웹소설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몇 편의 웹소설을 읽고, 웹소설과 관련된 내용들을 찾아보고 공부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톡톡 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엄청 고민했지만. 결론은 '일단 해보자!'였다.


1화만 쓰고 지우기를 거의 3개월 걸렸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수정은 ing 상태다. 쓰면서도 내내 이걸 누가 읽을까? 재미있는 건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마무리를 하면서도 마무리를 하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그렇게 1분이, 1시간이, 하루가, 한 달이, 수개월이 흘렀고. 10화가 마무리되면서 나는 플랫폼에 내 작품을 올릴 생각으로 들떠 있었다. 그렇게 다시 1화를 클릭하는 순간!


나는 작품 올리기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무작정 덤빈, 너무도 아마추어 같은, 여기저기 빈 구멍들이, 창피했다. 쓸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차분히 읽어보니 이어지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그렇게 한 번 멈칫하고.


가끔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커져버려서 손을 쓸 수 없게 만들어질 때가 있다. 올 초, 나한테도 그런 시간이 찾아왔다. 별 거 아니라 생각했고.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여겼던 부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너무나 사적이라...두루뭉술하게만 쓰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하지만 밤 10시에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를 냅다 고성을 지르더니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매번 나를 탓하는 사람이라 반갑지 않은 목소리였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제대로 막무가내였다.


예의도 없고, 배려도 없는 관계 속에 나를 방치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안다. 안 볼 수 있는 관계라면 나를 방치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만, 그럴 수 없는 관계라서 줄곧 인내심을 발휘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이번만큼은 내 인내심을 1도 발휘하고 싶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몰아쳤다. 다 싫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이성의 끈을 겨우겨우 붙잡고 일을 마무리했을 때, 내 눈으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뱅뱅 돌아가고 있었다. 이석증과 메니에르가 같이 찾아오고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렇게 또 한 번 멈칫.


연이어 찾아온 코로나로 또.


2022년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주 계획은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고작 2장 남은 달력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물론 아예 종료된 게 아닌지라 희망은 버리지 않았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다시 불을 지피려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인지를 11월 초. 나는 또 한 번 깨닫고 있다.


다만, 내가 오늘 받은 2023년의 다이어리에는 내가 했던 계획들이 무사히 잘 진행되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해하고 있다는 걸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일기가 쓰여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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