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말에는 습관처럼 부정적 단어가 섞여있다. 특별히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서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하다 보면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 말에 부정적 단어가 섞이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은 채 말하다 보면 가끔 나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다. 내 부정적 인식에 대한 핑계를 대보자면 어릴 적부터 쌓였던 실패의 기억들과 걱정인 척하는 나를 향한 부정적 말들이 무의식에 쌓였던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내가 겁쟁이여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잘 될 거라 기대감을 갖기보다 안 될 거라 체념하는 편이 상처를 덜 받는 방법 중 하나였고, 상대방의 긍정적인 모습에 푹 빠져 있다 부정적인 모습에 실망하기 싫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대학 동기인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대학시절 잘 웃고,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소녀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아우. 야. 나는 진짜......."
한숨으로 시작된 언니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부정 더하기 부정이라고 할 정도로 온통 부정적 단어들로만 가득했다. 나의 부정적 단어들은 새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언니. 원래 이렇게 부정적 스타일이었어?"
"세상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 거지."
언니는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부정적 성향을 세상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변한 사람 몇 명 본 후라 언니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 분명 그렇게 된 이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언니와의 대화를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언니의 부정적 단어들은 언니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단어들을 선택하게 된 언니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런 단어를 쓴 다한 들 죄는 아니니까. 다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내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라 할까. 끝없는 부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이랄까. 아무리 긍정적 주제를 내놓아도 결론은 부정적으로 가는 걸 나는 그날 막지 못했다.
언니와 헤어진 후 돌아오는 길은 꽤 길고 꽤 피곤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는데 내 하소연을 주구장창 들어주던 친구들은 어땠을까. 아무렇지 않게 쓰던 나의 부정적 단어들이 뺏어갔던 에너지는 또 얼마 큼이나 될까.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어릴 적부터 줄곧 써오던 것들이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들은 쉽지 않다. 지금도 생각 없이 툭 내뱉으면 부정적 단어들이니까.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 사랑한다. 행복하다. 즐겁다. 신난다. 보고 싶다. 같은, 잘 사용하지 않던 어색한 단어들을 써보기로. 어색한 단어들이 익숙해지는 날 나는 습관처럼 행복해져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