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강의, 마스터클래스, 서울대 레슨노트까지 공짜로.
피아노를 독학해도 될까?
나도 오래전에, 이런 궁금증을 가졌던 적이 있다. 구글도 챗GPT도 없던 시절이라 꽤 열심히 답을 찾아다녔는데, 거의 모든 음악가들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철없던 과거의 나는 실망했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피아노를 아름답게 연주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정교하다. 단순한 시행착오나 반복 연습만으로는 저절로 깨달음에 이르기 어렵다. 오히려 혼자 연습하다가 실력은커녕,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거나, 심하면 부상까지 입을 수 있다. 말하자면, 독학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점프를 배우려는 것과 비슷하달까?
유명 피아니스트도 독학했다고?
독학 피아니스트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로는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터 (Sviatoslav Richter)가 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프로 오르가니스트였기 때문에 리히터는 어릴 때부터 음악적 환경 속에서 자랐다. 본인의 천재성이 워낙 뛰어나 스스로 실험하고 익힌 부분이 많았던 거지 아무에게도 배운 적이 없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청년기에는 반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았고, 이후에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겐리흐 네이가우스 (Heinrich Neuhaus) 같은 최고의 교수진에게 지도를 받으며 피아니스트로서의 기반을 완성했다.
결국, 리히터는 겉보기에는 정규 교육 없이 성장한 예외적인 인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음악적 환경, 실무 경험, 정규 교육이 모두 갖추어진 경우였다. 거기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성을 타고났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진정한 '독학자'라고 보긴 어렵다. 설령 그렇게 부른다 해도, 우리 같은 아마추어가 감히 흉내 낼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다.
혼자 연습하는 건 정말 망하는 지름길일까?
직장을 다니는 우리 어른 아마추어들은 시간이나 비용 문제 때문에 레슨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오다 말다 정기적으로 레슨을 받지 못하는 어른을 기꺼이 받아주는 선생님도 사실 흔하지 않다. 그렇다면, 혼자 연습하는 건 정말 절대 안 되는 걸까?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 요즘엔 유튜브나 유료 채널에 정말 괜찮은 비디오 강의가 많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런 영상들을 듣고 공부하며 이해하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직접 대면 레슨에는 못 미치더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큰 건, 피드백이 없다는 것. 하지만 이 문제도 요즘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스스로 연주를 녹음하거나 녹화해서 직접 확인하는 것. 또 하나는 그 영상을 선생님에게 보내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선생님들도 요즘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온라인 선생님들
내가 자주 보는 온라인 선생님들을 몇 분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분들과는 나랑 아무런 개인적 관계가 없다. 순전히, 내가 보고 따라 하니 좋았기 때문에 소개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전 “내 선생님이다!”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도 괜찮다. 시간이 흐르면 선생님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편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열심히 보다보면 알고리즘이 다른 선생님 채널도 띄워준다. 그때 내게 더 잘 맞는 사람으로 갈아타면 된다.
연피아노
https://www.youtube.com/@yeonpiano
피아니스트 임정연 님의 채널로 주옥같은 콘텐츠가 많다. 처음에는 다른 선생님들 채널과 함께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임정연 님 채널로 고정이 되었다. 무료와 유료 수업이 다 있는데, 무료만 봐도 퀄리티가 정말 높다. 연습팁, 테크닉 설명, 프로피아니스트가 연습하는 법 등 혼자 독학하는 사람들에게 뼈와 살이 될 강의들이 가득하다. 비디오 음질도 좋다.
무료 강의들 외에도 나는 2023년 가을에 바흐 신포니아 (3성 인벤션) 유료 강의를 들었고, 15곡 중 13곡을 같이 쳤는 데 바흐를 치는 실력이 늘었다는 게 느껴진다. (마지막 두 곡은 못 쳤는데, 언젠가 연습해 전곡 공부 예정.) 테크닉 연습용, 이론 공부용 전자책도 살 수 있다.
Denis Zhdanov
https://www.youtube.com/@DenZhdanovPianist
데니스 즈다노프는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다. 영어 강의도 괜찮다면, 즈다노프의 유튜브 채널은 특히 추천할 만하다. 피아노 테크닉, 음악적 표현, 연습 전략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강의가 많고, 설명이 자세하고 논리 정연해서 따라 하기도 쉽다. 강의, 연주 영상, 피아니스트의 삶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요즘 내가 가장 자주 보는 채널이다.
많은 콘서트 피아니스트들이 그렇듯, 이분도 어릴 때 꽤 신동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빡센 러시아 스타일 연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하면 돼요” 하고 말할 땐 좀 기가 막히지만 확실히 좋은 연습인 건 맞다. 최대한 따라 해보자.
집에서 유튜브 하는 피아니스트 선생님들 중엔 음악만 생각하고 다른 쪽은 신경을 안 쓰다 보니 마이크를 안 좋은 걸 써서, 내용은 훌륭한데 끝까지 보기 힘든, 안타까운 경우가 꽤 있는데, 이분은 다르다. 피아노도 유튜브도 모두 프로다. 존경스럽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레슨노트
곡을 검색하기가 다소 불편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현재 연습 중인 곡이 있다면 정말 훌륭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다. 이런 강의를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인터넷 시대의 축복이다. 레슨은 이 영상처럼 진행되는데, 비디오 하나하나가 여러 번 돌려봐도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피아노 강의를 클릭하면 오른쪽에 자동으로 다른 피아노 강의 비디오들이 쫙 뜬다. 바이올린 영상을 보면, 같은 방식으로 바이올린 강의가 뜬다. 이런 식으로 내가 원하는 곡이 있는지 찾아보면 된다.
Tonebase – Piano
Tonebase는 여러 악기를 위한 온라인 음악 교육 플랫폼이다. 원래는 유료지만 유튜브에 공짜로 제공되는 수준 높은 강의 비디오들도 많다. 나는 그중 톤베이스피아노를 구독 중이다.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 이론 강의, 토론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여기에는 에마누엘 액스 (Emanuel Ax), 개릭 올슨 (Garrick Ohlsson), 시모어 번스틴 (Seymour Bernstein) 같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와 인터뷰가 다수 올라와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이론과 음악사를 연결한 수준 높은 강의 영상들이다. 곡 해석, 연주 시범, 설명이 포함된 20~30분 길이의 비디오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고, 선생님의 해설이 표시된 악보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유료 서비스는, 크리스마스나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미국 명절에 나오는 할인 쿠폰을 이용하면 30% 정도 싸게 이용 가능하다. 강의의 질을 고려하면, 낼 만한 돈이라 생각한다.
기타 마스터클래스 비디오들
이 외에도, 어떤 클래식 곡을 치기 시작하면 곡 제목에 “masterclass”를 붙여서 유튜브나 구글 비디오에서 검색해 보자. 놀랄 만큼 많은 명강의가 공짜로 쏟아진다.
현존 최고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안드라스 쉬프. 이분 마스터클래스 정말 많이 하신다. 듣기에도 재미있고, 배울 것도 당연히 많다. 심지어 한글 자막이 붙은 영상도 있다. 자막 붙은 영상은 음질이 별로지만 한글 자막 없는 영상은 대개 이렇다.
꼭 내가 치는 곡이 아니더라도 많이 보자. 전공자들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가는지 곁눈질이라도 해보면, 내 피아노 공부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
독학 시는 꼭 녹음, 녹화하세요.
독학 시 정말 중요한 게 녹음과 녹화다. 솔직히 민망하고 귀찮아서 나는 자주 하지는 못한다는 걸--실토한다. 하지만 한 번 해보면, 나를 돌아보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부지런히 인터넷 강의 보고, 스스로의 연주를 가능한 한 자주 돌려보면서 연습하면 어른도 당연히, 피아노가 쑥쑥 는다고 나는 장담한다.
다들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