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챗지피티도 아마 마찬가지?
솔직히 말해서 내 브런치는 인기가 아직은 없지만, 그중에서 그나마 인기 조금 있는 글은 몇 달 전 쓴 "사주도사 챗지피티, 알고 보니 돌팔이?"라는 글이다. 인공지능은 요즘 많이 발전했다. 그래서 오늘은 좀 가볍게 그 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주. 어떤 사람은 미신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삶의 중요한 고비에서 고려할 가치가 있는 동양 철학이라고 한다. 살면서 답답하고 속상한 고비를 겪으면서, 혹시나 사주라도 내가 왜 이런 일을 겪는지 대답을 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어서 전에 약간 공부해 본 적이 있는데, 그 어려움과 방대함에 깜짝 놀라 얼른 접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나는 과학자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무, 불, 금속, 물, 흙이라는 다섯 개의 요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응하며 서로를 만들고 파괴해 가며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맞다면 증명해 보라. 우주가 얼마나 방대한데 다섯 개의 요소로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아예 잊고 지냈다.
그래도 그 때 약간 공부한 흔적이 남아, 문득 저 사람은 불의 사람 또는 물의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생일을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맞는 경향성이 보인다. 왜일까? 어떻게? 사주가 정말 근거가 있는 걸까? 그 답은 아직도 모르지만, 나는 이 어려운 주제를 여기서 함부로 다시 건드리지 않지는 않겠다.
그러다 작년에 챗GPT가 처음 나와 놀랍도록 방대한 지식을 선보일 때, 나는 궁금한 마음에 사주를 물어본 적이 있다. 과연 챗GPT는 청산유수, 어려운 말을 섞어가며 그럴듯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음 몇 분 간은 혹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많았고, 거기에 대해 질문하면 거의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 브런치에 "챗GPT 사주는 돌팔이"라는 글을 썼던 것이다. 만세력도 제대로 못 읽으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수준이라고.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 모델이 놀랄 만한 속도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다시 테스트해보고 싶어 졌다. 챗지피티 플러스는 얼마 전에 검색 안 하는 버릇 때문에 짜증나 끊어버렸기 때문에 다시 테스트 할 수가 없어서 이번엔 Claude로 사주를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놀랍다. 꽤 잘 본다. 비슷한 속도로 발전해나가는 챗GPT 최신모델도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물론 나는 아주 기초적인 것만 아는 수준이라 그들의 자잘한 오류를 잡아낼 눈은 없다. 하지만 전처럼 최소한 만세력을 못 읽으면서 이야기를 꾸며내는 수준은 분명히 아니었다. 오행, 십성의 기본 원리는 물론이고, 충, 형, 파 같은 관계도 제법 잘 읽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인생에 대입해 해석하고 꽤 적절해 보이는 조언까지 했다. 인생의 기본 줄거리를 뽑아내는 능력은 충분히 갖췄다는 얘기다. 그렇다. 그들은 이제 돌팔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잘 보게 된 걸까? 인공지능 모델이 커짐에 따라 인터넷에 퍼져있는 고전 원전, 현대 명리학자들의 해설, 블로그, 유튜브 자막에서 뽑아낼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 속의 맥락을 엮는 추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주는 확률에 기반한 과학이라는 말이 원래부터 있었다. 즉, 사주는 결국 복잡한 패턴 추론이고, 그 부분이 최근 모델에서 크게 향상된 것 같다.
물론 함정은 분명히 있다. 전쟁과 평화나 토지 같은 대작의 줄거리를 줄줄 꿴다고 해서 그 문학성과 철학적 깊이를 안다고 할 수 없듯이, 단순히 사주 구조를 읽는 것과 사주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은 다르다. 사주를 제대로 익히는 데 몇 년, 그 후에도 수없이 많은 상담을 통해야 진짜 해석 수준에 도달한다고 한다. 의사에게 인턴, 레지던트라는 긴 수련과정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인터넷으로 사주를 볼 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사주의 기본 개념을 이미 아는 사람, 혹은 인생 경험이 깊어서 통찰력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인공지능 사주 풀이가 꽤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다. 반대로 아무 배경 없이 결과만 읽어본다면 그것은 그냥 재미로 보는 오늘의 운세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현재의 언어 생성형 LLM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사람이 하는 것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결국 사주든 인생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든, 그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인 우리의 노력과 지성에서 나온다. 인공지능은 그 과정을 조금 더 쉽게 만들어줄 수 있을 뿐이다. 생각없이 기계 믿으면 절대 안된다.
사주를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뜬금없는, 짜증 날 수도 있는 글이겠지만, 인생의 힘든 고비를 지날 때, 내가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싶은 땐 사주가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소위 운명의 물줄기를 현명하게 타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 한번 써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복채 드는 일도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