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1300년 경?)-혜허
고려시대 승려 혜허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1300년 경?)>. 일본명칭으로는 <양류관음도(楊柳觀音圖)>라고 불린다고 한다. '수월관음도'는 보타락가산의 관음보살과 선재동자의 모습을 주제로 그린 불화이며, 이 그림에서는 관음보살이 손에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있어서 '양류관음도'라고 불린다고 한다. 관음보살은 짙은 녹색의 버들잎 모양, 또는 물방울 모양의 광배 앞에 표현되어 있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별명은 '물방울 관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수월관음은 좌상의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광배가 색다른 것처럼, 입상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엷고 투명해 보이는 옷자락과 아스라한 하얀 옷감은 관음보살의 몸에서 가늘고도 맑은 선으로 부드럽고 투명하게 묘사되었고, 버드나무 가지와 정병을 가볍게 쥐고 있는 관음보살은 부드러운 표정을 담은 채 아래쪽 선재동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관음보살을 맞이하는 선재동자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아닐지. 정병 속 감로수를 버드나무 가지로 찍어 세상 모든 질병을 고쳐주십사 기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700여 년 전의 동자승의 기도에 대입시켜 본다. 불자가 아니라도 두 손을 모으고 가볍게 중얼거릴 듯하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합니다).'
이 작품은 센소지가 거의 공개하는 일이 없는 비불 (祕佛, 일본 사찰 안에 비밀리에 소장되어 있는 불상으로 특정한 때만 공개하고 평소에는 공개하지 않는다)이라 한다. 그렇게 공개하지 않던 이 그림은,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대전 '700년 만의 해후'에서 공개되었고 한다. 당시 센소지 측에서는 출품을 거부하였으나, 유물의 존재 여부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우리 측 요청에 억지로 응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을 친견하게 된 박물관장과 학예원이 작품에 큰절을 하고 예를 갖추는 모습을 보면서 센소지 측은 크게 감명받았고, 이 찬란한 보물은 특별전에 출품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보물을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출 수는 없지만, 그러나 어쩌겠는가. 약탈한 그들이 스스로 돌려주지 않는 이상 도로 가져올 방법이 없으니, 유물의 존재에 대해 언제나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 도쿄의 센소지[浅草寺]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