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캐기 [채애도(採艾圖,17세기 경)]-윤두서
17세기 조선 선비 화가 공재(恭齋) 윤두서의 <쑥 캐기[채애도(採艾圖),17세기 경]>. 비스듬한 비탈에서 두 여인이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한 여인은 등을 보이며 돌아서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한 여인은 자신의 앞을 내려다본다. 여인은 한 손에는 작은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망태기를 들고 있다. 이는 아마 뒷모습을 보이는 여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채색화는 아니지만 이 그림에서는 봄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림 속의 산은 아직까지 푸르지는 않을 것이다. 여인들의 발아래에는 키 작은 풀들이 솟아나는 봄날이겠지만. 그림의 제목으로 보아 아마도 초봄으로 생각된다. 봄나물을 캐어야 했기에 치마는 한쪽으로 질끈 동여맨 여인들의 모습이 싱그럽다. 어느 것이 새순인가 살펴보는 집중하는 눈초리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그들을 힐끗 보고 날아가는 저 새는 종달새일까. 봄 하늘 아래 펼쳐진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봄이 되면 돋아나는 새순들은 잃어버린 입맛을 돋게 만들었기에, 모르는 이들의 눈에는 잡초에 지나지 않았고 어떻게 그것을 구분했는지는 모르지만, 오래전에는 봄나물을 보면 캐어내곤 했다. 아마도 매년 나물을 캐던 여인들은 그들의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서 얻어낸 지식을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그것을 캐도록 했는지도 모른다. 쑥 새순이 돋아나면 이를 캐내어 쑥국을 끓이기도 하고, 단오 때까지 쑥을 캐어 쑥떡을 해 먹기도 하니까. 지금은 이렇게 옛 그림 속에나 나타나는 쑥 캐기, 봄나물 캐기는 3, 40년 전만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지천에 널린 냉이와 달래, 씀바귀에 쑥을 캐는 것은 따스한 봄햇살을 받으면서, 놀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아이들에게는 촉감놀이이기도 했었던 것이다. 지금은 달래나 냉이는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씀바귀의 모양은 거의 까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캐어 온 봄나물을 깨끗이 씻어 맛있는 반찬을 해 주셨던 그때의 어머니들은 이제 못해도 최소 칠순은 훌쩍 넘으신 분들이겠지만, 그분들의 손맛을 기억하는 이들이 봄나물을 보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반찬을 하겠지.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봄나물 반찬을 좋아할까. 그리고 그 봄나물의 신선함과 따뜻함을 이해할 수 있을까.
조선 후기 회화의 개척자로 알려진 공재(恭齋) 윤두서는 선비 화가로 유교적 성인을 이상으로 삼아 구도적 자세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유년기에 관한 기록은 적지만 어릴 때부터 문예와 필법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당쟁의 심화로 인해 진사시에 합격은 했으나 관직에 나가지는 않았고 학문에 정진하여 기호남인의 학풍과 사상을 형성하고자 하였다고 전해진다. 당대 사람들은 윤두서를 새로운 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했고, 추사(秋史) 김정희는 '옛 그림을 배우려고 하면 마땅히 공재(恭齋)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였다고 한다. 그가 그린 <자화상>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초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이 작품은 전라남도 해남군에 있는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에 소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글의 제목은 현제명 작사, 작곡의 가곡 <나물 캐는 처녀(1932)>에서 차용했다. 전체 가사는 다음과 같다.
푸른 잔디 풀 위로 봄바람은 불고
아지랑이 잔잔히 끼인 어떤 날
나물 캐는 처녀는 언덕으로 다니며
고운 나물 찾나니
어여쁘다 그 손목
소 먹이던 목동이 손목 잡았네
새빨개진 얼굴로 뿌리치고 가오니
그의 굳은 마음 변함없다네
어여쁘다 그 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