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묘가수(班猫假睡,18세기 경)-마군후
18세기 조선화가 양촌(陽村) 마군후의 <반묘가수(班猫假睡; 얼룩고양이의 풋잠, 18세기 경)>. 그림 위쪽에는 화제(畫題)로 여겨지는 시가 쓰여있고 아래쪽에는 호랑이를 닮은 얼룩고양이가, 요즘 말하는 '식빵 자세'를 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앞을 보고 있지만 동시에 편안한 상태로, 아마 고양이는 잠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의 내용은 고양이가 알면 잠에서 벌떡 일어나 줄행랑치겠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죽 털은 얼룩지고 발톱과 이빨은 굳센데
신선한 생선 먹고 털방석에 누웠구나
바다 손님은 한갓 어두움만 알 수 있을 뿐인데
배 주인은 고양이[烏圓] 기르기를 스스로 사랑하네
비녀와 허리띠 만들어도 같지 않건만
쥐 잡고 매미 재갈 물리는 것은 고양이뿐이네
웃지 마소 늙은 살쾡이 옥 같은 얼굴 자랑했지만
끝내 솥에 들어가 쟁반에 담겼다네
-미산노인이 쓰다"
('간송문화' 중에서)
쥐를 잡는 재주로 사람에게 사랑을 받지만 결국 인간에게 잡아먹힌다는 내용인데, 편안히 풋잠 자려는 고양이에게 아닌 밤중에 날벼락도 아니고 이는 대체 무엇일까. 시의 중간쯤에 나타나는 '오원(烏圓)'으로 미루어 보아 이는 당시 유본학이 쓴 가전체 소설 <오원전(烏圓傳)>의 내용이라 한다. 오원은 소설에서 고양이를 의인화한 인물로, 도둑(쥐)을 잘 잡아 임금의 총애를 받았으며 벼슬과 땅을 하사 받았다. 임금의 총애를 기반으로 그는 교만하게 행동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오원은 수라상의 생선을 훔쳐먹다 들켜 내쳐지고 구걸과 도둑질을 하다 죽었다는 풍자소설인데, 약삭빠르고 시류를 잘 타는 기회주의자 같은 조정관료를 풍자했다고 한다. 시의 마지막에는 시를 써준 서예가 마성린의 호 '미산(眉山)'이 쓰여져 있다. '미산노인이 쓰다'라고. 그림 오른쪽 아래는 세로로 화가가 자신의 이름을 썼다.
생몰연대 미상의 마군후의 행적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는 인물화와 영모화(翎毛畵; 동물그림)에 뛰어났으며, 특히 고양이 그림을 잘 그렸다고. 이는 고양이의 화가 화재(和齋) 변상벽의 영향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서울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