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고양이로다'

황묘농접(黃猫弄蝶, 18세기 경)-김홍도

황묘농접(黃猫弄蝶, 18세기 경)-김홍도, 간송 미술관 소장

18세기 조선 화가 단원(檀園) 김홍도의 <황묘농접(黃猫弄蝶: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다, 18세기 경)>. 햇살 따스한 어느 봄날, 패랭이꽃 제비꽃이 핀 들판에 노란 얼룩고양이가 고개를 돌려 나비를 보고 있다. 토실한 몸과 앙증맞은 발, 작은 꼬리로 보아 아직 아기 고양이로 보인다. 그림 제목처럼 이 작고 노란 고양이가 나비를 놀리는 것이 맞을까. 제비나비인 듯한 저 나비가 오히려 우아한 날갯짓으로 고양이를 놀리는 것은 아닌지. 간송미술문화재단에 따르면 이 작품은 봄의 나른한 시골 풍경으로도 볼 수 있지만 누군가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그린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고양이는 70세, 나비는 80세 노인을 의미하였다고 한다. 패랭이꽃의 꽃말은 '청춘'을 의미한다고. 그리하여 그림을 받는 사람의 건강과 장수를 비는 축하의 그림이라고도 한단다. 그림의 의미도 의미지만, 김홍도의 고양이가 너무나 앙증맞고 귀여워서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보들보들한 예쁜 털뭉치 같은 녀석이 나비를 보겠다고 고개를 돌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아마 나비의 날갯짓도 고양이의 귀여움에 흔들리고 있었을지도. 참 따스한 어느 봄날의 나른하고도 한가한 풍경이 예뻐서. 그래서 근대 시인 이장희는 '봄은 고양이로다'라고 노래했나 보다.

단원(檀園) 김홍도는 명실상부한 18세기 최고의 화가이다. 산수, 인물, 도석, 불교화, 화훼영모화, 풍속화 등 모든 장르에 능하였으나 특히 산수화와 풍속화는 당대 최고라 일컬어질 정도로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의 출생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고, 어린 시절부터 표암 강세황의 집을 드나들며 그림을 배웠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영조 어진, 왕세손(훗날 정조)의 초상화 제작에 참여했고, 후에 정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며, 정조 어진 참여 후에 연풍현감이라는, 중인 신분 최고의 관직을 받기도 한다. 만년에는 산수, 인물, 도석화와 풍속화에 집중하였으며 이로 인해 자신만의 양식을 확립하였고, 가장 한국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위대한 화가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이 작품은 서울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여담: 다음은 읽기만 해도 따스하고 나른한 봄의 정경이 그려지는 시 '봄은 고양이로다'의 전문이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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