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장춘(四時長春,18세기 경)-신윤복
18세기 조선 화가 혜원(蕙園) 신윤복의 <사시장춘(四時長春,18세기 경)>. 봄빛이 가득한 풍경 속, 굳게 닫힌 별당 문 앞에는 신발 두 켤레가 놓여있다. 남자의 검은 신발은 마음이 급했는지 흐트러져 있고, 여자의 붉은 신은 다소곳하게 놓여있다. 왼쪽의 나무는 문을 살짝 가려 방안의 비밀스러움을 더욱 가려주고, 별당 앞의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 내밀한 방안의 사연을 말해주는 듯하다. 꽃에서 시선을 위로 올리면 기둥에는 그림의 제목이 된 네 글자 '사시장춘(四時長春)'이 적혀있다. '언제나 봄날'이라...... 사랑을 나누는 이들에게 있어 어느 시간이 봄이 아니겠는가. 먼 산의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도 봄의 따스함에 녹아내린 것을. 그런데 문 앞의 여종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주안상을 들고 선 댕기머리 소녀는 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그림 속에 표현되지 않는 소리까지 듣고 있을 소녀의 볼은 아마도 그녀의 댕기만큼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을 듯하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고의 춘의도(春意圖)로 일컬어진다. 노골적인 행위의 묘사 없이, 은근하게 상상하게 하는 그림, '있을 것은 다 있고 될 일은 다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 오히려 상상 속에서 더 관능적이 되어버리는 이 작품은, 노골적인 묘사가 그려지는 춘화보다 훨씬 에로틱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혜원(蕙園) 신윤복은 화원 가문 출신으로 그 역시 자연스레 도화서 화원이 되었다. 작품에 비해 그에 대한 기록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에 오히려 신비로운 화가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풍속화가들과는 달리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주목하고 파격적인 모습을 담아낸 그는 양반들의 유흥, 곱게 화장한 기녀, 연애하는 남녀의 일상을 자연스럽고 선명한 색채로 묘사했다. 이는 도화서 화원으로 얽매이기에는 너무나 자유로운 것이었고 그리하여 그는 도화서를 그만두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독특한 화면구성과 다양한 색채표현, 여인을 주제로 그린 아름다운 작품들을 제작한 그가 당대를 뛰어넘는 예술가로 평가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서울의 국립 중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