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근처에서 스케이트를 지치는 풍경(1610)-헨드릭 베렌츠 아베르캄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헨드릭 베렌츠 아베르캄프(Hendrick Berentsz Avercamp)의 <성 근처에서 스케이트를 지치는 풍경(1610)>. 둥근 화면 속 중심에서 살짝 왼쪽으로 치우친 커다란 나무가 구불거리며 멋지게 서 있다. 그 아래로 약간의 땅이 보이다가 하얗게 얼어버린 얼음판 위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지치고 있다. 얼음판은 원래 운하였을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의 겨울은 얼어붙은 운하로 인해 겨울에는 사람들이 저렇게 운하 위를 스케이트로 지치며 다녔을 테니, 화가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을 저렇게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익숙했을지도 모른다. 그림 속의 성은 먼 중앙에 있는 것인 모양이다. 화가는 수많은 인물들의 복장이나 움직임을 모두 다르게 묘사했다. 겨울임에도 그림 속의 색채는 발랄하면서 밝고 명쾌하다. 아베르캄프의 그림을 볼 때 항상 나는 대(大) 피테르 브뢰헬의 작품으로 착각하곤 한다. 이는 아베르캄프가 브뢰헬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아베르캄프의 겨울 그림을 보면,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 <은스케이트(Hans Brinker, or The Silver Skate)>가 생각난다. 내 기억 속의 내용과 검색 엔진으로 찾아보는 내용이 조금 달라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리고 실제 네덜란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동화 작가의 창작 동화이긴 하지만, 그때 그 계몽사판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에 짧게 실려있던 네덜란드 풍경-이 역시도 작가가 네덜란드 이민자들을 통해 얻은 자료라고 하지만-은, 또 운하가 얼어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네덜란드에 대한 신비로운 느낌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물론 실제로 네덜란드는 기대했던 만큼 충분히 신비로운 곳이었다). 그러나 그림 속의 풍경처럼 네덜란드의 운하가 저렇게 꽁꽁 어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가 아베르캄프가 살았던 시기, 흔히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라 불렸던 시기는 기후 상으로는 소빙기에 해당하는 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때라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네덜란드의 운하가 저렇게 얼었을 것이고 그것을 아베르캄프는 자신의 방식대로 밝고 명쾌하게 표현했을 것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헨드릭 베렌츠 아베르캄프(Hendrick Berentsz Avercamp)는 겨울 장면 회화를 전문적으로 그린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와 대기 원근법의 효과를 드러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밝고 명쾌한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아베르캄프는 암스테르담에서 출생했고 태어난 이듬해 아버지가 약제상으로 임명되면서 캄펀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는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 및 언어 장애를 지녔기에 당시 네덜란드어로 벙어리를 의미하는 '데 스토메(de Stomme)', 혹은 '데 스톰(de Stom)'이라 불렸다고 한다. 모든 것이 고요한 세상 속에서 살아야 했던 그는, 다행히 약제상으로 임명된 아버지와 의사가 되었던 형제를 비롯한 가족의 도움으로 어렵지는 않게 살았으며, 그래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르캄프는 암스테르담에서 덴마크 출신 화가 피테르 이작스(Pieter Isaacks)의 제자로 들어가 스승의 집에 기거하면서 회화를 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그는 교육을 마치고 캄펀으로 돌아와 본격적 작품활동을 하며 화가로 살아가다가 캄펀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교육을 받던 시기에 아베르캄프는 대(大)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의 추종 예술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그들의 플랑드르 화화 전통과 뚜렷이 연결된 작품의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밝고 명쾌한 분위기를 드러내 주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의 생활상의 명암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그의 정확한 관찰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면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들리지 않는, 냉정할 정도로 고요한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탐구가 아니었을까.
*이 작품은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
*제목은 우리나라 시인 이상 선생의 <거울>을 활용했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