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위층방의 연인들: 베개의 시(1788) 기타가와 우타마로
18세기 일본 우키요에 화가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의 <찻집 위층방의 연인들; 베개의 시(1788)>. 배경에 솟은 나무는 난간 뒤로 뻗쳐져 있고 방안에서는 두 남녀가 서로 얽혀있다. 섬세하게 빗어 올린 머리 아래로 하얀 목덜미가 보이는 여인의 상반신은 옷으로 잘 감춰져 있는 반면, 하반신의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남자의 옷인지 아니면 얇게 비쳐 보이는 천으로 된 시트인지 모르지만 그 아래로 여인의 가느다란 다리가 남자의 하체를 휘감고 있다. 마치 덩굴식물이 강한 나무를 휘감은 듯한, 그래서 더 관능적으로 보이는 작품이 아닐지. 여인의 입술에 키스하는 남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여인의 귀와 머리가 이어지는 부분쯤에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있다. 여인의 표정을 살피는 것일까. 여인의 가느다란 다리와 남자의 하체가 얽힌, 분명히 묘하게 섹시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그림이다. 게다가 여인의 다리와 겹쳐진 부분, 그 은밀한 위치에, 아마도 남자의 손이 들고 있었을 부채에 적힌 시 역시 의미심장하게 관능적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蛤にはしを しっかとはさまれて, 鴫立ちかぬる秋の夕ぐれ”
“가을날은 저무는데, 도요새는 부리를 대합에 붙들려 날지 못하네.”
이는 당대의 문인 이시카와 마사모치[石川雅望]의 시라고 한다. 시에서 나타나는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 시인이 의미한 도요새의 부리와 대합의 의미는 아마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로 인해 남자의 바쁜 마음과 여자의 기교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여자는 에도 시대 찻집의 여인, 유녀이다. 남자를 애태우는 방법을 아는 여인이니, 남자는 이미 뜨거워진 자신을 분출하기 위해 여인을 탐하려 하고 있을 것이고, 여인은 느긋하게 남자를 애태우고 있을 터, 그래서 남자는 실눈을 뜨고서 여인의 표정을 살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도 시대 성 풍속의 일면을 잘 드러내 준 이 그림은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12장 춘화도 중 하나로, 에도 시대의 에로티시즘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麿]는 1753년경에 태어나 에도 시대 후기에 우키요에 화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대중 소설의 삽화, 그림책의 그림을 그렸지만, 이후 미인도로 전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86년에 간행된 최초의 와카(和歌: 일본 고유의 정형시)의 그림책인 ‘회본에도성(繪本江戸省)'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었으며, 이후 호화로운 와카 회본을 간행하면서 우키요에 화가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는 인물의 얼굴 표정에 주안점을 두고 인물의 상반신만 그리는 미인도인 '오쿠비에(大首絵)' 연작물을 제작하였으며, 배경을 여백의 효과처럼 단색으로 하고 여성의 흰 목덜미를 크게 부각해 관능적인 여성상을 창조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790년대의 에도 시대를 풍미한 우키요에로 여겨지게 되었고 그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기타가와 우타마로는 당시의 여인화를 새롭게 고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고 심리를 묘사함으로써 새로운 미인화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라 한다.
*이 작품은 영국 런던의 영국 박물관(The British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