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버린 봄(1911)-아서 해커
19세기 영국 화가 아서 해커(Arthur Hacker)의 <갇혀버린 봄(Imprisoned Spring, 1911)>. 봄 햇살이 따스하게 창으로 들어오는 시간, 창가 화병에 꽂힌 노랗고 하얀 꽃들이 햇살에 빛나고 있다. 햇살은 창을 넘어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테이블은 누군가가 식사를 끝냈는 듯 빈 접시와 스푼이 놓여있고, 나이프와 포크 앞에 절반 정도 남은 빵이 그대로 놓여 있다. 이것을 치우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 것인지 모를 소녀는 일어서서 창가에 기대어 바깥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봄이 주는 자유로움과는 다르게 어딘가 우울해 보인다. 바깥의 봄도 그녀의 내적인 우울함을 씻어낼 수 없는 것일까.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바깥의 봄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봄 햇살의 따스함과 아름다운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일지도. 검색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 그림의 제목은 그림에 시선을 더 두게 만들었다. 화가는 어떤 의미로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일까. 정작 소녀의 얼굴에는 직접적으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테이블 위에, 화병 위에, 그리고 뒤로 보이는 계단 위에 떨어져 집안으로 들어온 햇빛만으로 갇혀버린 봄을 이야기한 것은 아닐 테지만, 아마도 소녀의 표정으로 그는 이 그림의 제목을 그리 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을 보면 오래전에 읽었던 신윤복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기다림>이 생각난다. 담장에 기대서서 고개를 돌린 채, 스님들의 모자인 송낙을 들고 화면의 오른쪽만 쳐다보는 여인의 모습. 그 여인의 완강한 기다림에 갇혀버린 봄, 그림 속 소녀의 표정에 갇혀버린 봄이 영화처럼 겹쳐지는 듯하다. 어쩌면 고개를 돌린 여인의 표정은, 지금 창가에 기대 선 소녀의 표정과 같은 것은 아닐지.
런던 출신의 화가 아서 해커(Arthur Hacker)는 18세에 로열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미술을 공부하였고, 이후 파리로 유학을 떠나 레옹 보나의 화실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속화와 역사화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였지만, 이후 대중적인 풍경화, 인상주의의 외광파 기법을 활용한 사실적 화풍으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 아카데미의 화풍, 상징주의와 라파엘 전파 풍의 작품까지 제작한 그는, 말년에는 초상화와 꽃 그림이 배경이 되는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고 한다. 오늘 읽어본 이 작품은 그의 말년 작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서 해커는 1919년 런던에서 사망했다.
*이 작품의 소장처는 찾지 못했다. 정보와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을 참고하고 내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