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화가 늙었습니다.

by 똥글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고2아들에게 아쉬운 것은 책을 읽지 않아서 '무식'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성적이 밑바닥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엄마 방임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았고, 학습 성취동기유발을 해 주지 못했고, 더 많이 힘들게 힘차게 밀지 않아서 후회스럽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기보다는 아들이 원하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 싶다. 내가 아들에게 심하게 말하거나 혼낸다고 1등급이 오르거나, 성적 상승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몸과 마음을 버려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들과 나의 관계이다. 최선의 노력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아들에게 이쁜 말과 행동을 할 것이다. 이런 나에게 가끔 무식해져 버린 아들을 느낄 때마다 학습을 시키지 못한 것에 미안함이 크다.


몇 주전부터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아들은 배구화를 사야 한다고 했다. 24일 학예제 때 피아노 반주를 준비하는 아들이 제일 바쁘다. 학원 간다고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더 바쁜 아들에게 쇼핑 시간이 없다. 친정 식구들 송년회에 자리에서 사촌형과 이야기하다가 배구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형에게 신발을 구할 수 있었다. 새 신발을 사기 전 급하게 학원에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을 구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오늘오전 미술수업을 했다. 유화를 하고 싶었던 나는 '유화수업'을 신청했는데 유화수업은 폐강되고 소묘, 데생수업에서 유화수업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미술을 한 번 도 배우지 않는 나에게 미술은 새로운 도전이다. 텐션이 높고 성격 급한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차분하게 나를 가라앉히는 수업이다. 조용히 집중해서 그리는 그림이 너무 좋다. 수업을 끝내고 아들과 통화를 했다. "아들아 형아가 준 배구화 어땠어? 새 배구화 안 사도 되니? " 이런 나의 질문에 아들은 "엄마 형아가 준 배구화 많이 늙었더라. 조금씩 미끄러지더라고"


순간 당황했다. ' 배구화가 늙었다고?' 아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아들도 본인 무식함에 당황했는지 빨리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다시 전화를 했다. "아들 너 배구화가 늙었다니? 이러면 안 돼. 제발 책을 많이 읽어." 그 순간 저 멀리 전화가 끊어지면 아무 말도 없다. 어른이 되면서 책 읽기와 글쓰기가 왜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오늘이었다. 창의적 사고를 넘어 제대로 된 기본, 개념이 전혀 없으니 이런 실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 어쩜 당연한 것이다. 문제가 크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책 읽기 조차도 없으니 이제 시작인 것일 수도 있다. 아들이 변화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 아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늙어버린 배구화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왠지 늙어버린 배구화 주름이 낡아지는 느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루틴 함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