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한 지 343일째이다. 여전히 나는 생각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아직도 나를 찾지 못한 잔재들의 불편함인지 고집과 아집으로 뭉친 고기 덩어리 같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유연해지고 창의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순간순간마다 나를 심판하는 덫에 걸린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의 천성이 보이는 것 같다. 나의 천성도 보인다. 누가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천성이다. 타고난 본인만의 색깔이다.
내가 가진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글쓰기도 하고 책 읽기도 한다. 횟수가 많아질수록 가득 채워져 가는 느낌 같지만, 사실 생각과 행동이 일체 되지 않은 체계화되지 않은'다'라면 제자리 걷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림'해야 성장할 수 있다. 부족함을 알아야 나를 더 찾아보고 나를 더 사랑하고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과 수업 중 나를 아는 연정이 말했다. " 예전에 현정 언니는 매번 직장 다니면서 그 많은 취미생활과 운동, 술 못임 등을 하고, 업무도 늦은 밤까지 힘들게 하면서 바쁨이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연정이가 보기에도 바쁨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평온하게 느껴지고 평온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 평온함이 얼굴에도 보이고 순간순간 몸짓에도 보인다고 했다. 벌써 몇 번이나 코칭 수업을 함께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다.
그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현정 님은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순간 나와 연정이 눈빛이 마주쳤다. 놀란 토끼 눈과 '아하' 나지막하게 감탄하는 소리에는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인정 눈빛이었다. 아마 처음 들어보고 새롭게 알게 된 '정답'에 감탄하는 모습이다. '나는 원래 평온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니 무작정 교수님 말씀에 순응해졌다. 귀엽게 꼬리 흔들고 앉아 있는 푸들처럼 마냥 기분 좋은 사람처럼 그렇게 받아들였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 업무적으로 실무자보다 조금은 편한 중간관리자 이동으로 평온함을 찾은 것일까?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이제 나에게 '자유'가 찾아와서 즐거운 것일까? 50살 넘어 알게 된 골프가 너무 좋아서 그 도파민이 내 평온함을 주는 것일까? 천성이 평온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군가 숨겨진 그늘막을 치워서 볼 수 있게 된 것이 무엇일까? 나를 돌아보니, 필사와 글쓰기, 책 읽기인 것 같다. 여기에 후추 양념 가득 얹어지는 진액은 '코칭'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사하면서 감사 일기처럼 적어가는 나의 생활을 반성하거나 칭찬하게 된다. 글쓰기는 '관찰'을 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2026년 나의 why 가치 키워드는 '사려 깊음'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대한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2026년은 그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필사를 하면서 나의 하루 생각과 행동들을 보면서 제자리가 아니라 한 걸음 걸어서 성장하고픈 나를 만난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나를 볼 때마다 조금은 어색했던 시작이 이제는 내가 나를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화분에 물줄기 내려주는 느낌으로 한 줄 한 줄 받을 때마다 청량감을 느낀다. 이 기분 좋은 청량감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기를 바란다. 어색함은 잠시다. 도전하는 그 순간 힘든 루틴이라고 해도 그냥 적어보기를 희망한다. 무조건 한 줄이라도 적기를 바란다.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는 물줄기를 처음부터 기대하지 말고 시나브로 내 생각과 몸에 젖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누구나 이 짜릿한 기분으로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보기를 바란다.